샌프란시스코 한인들 "졌지만 그래도 잘 던졌다"

'괴물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한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는 많은 한인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현지 경기장 관계자들은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전통의 라이벌이어서 다저스 팬들이 AT&T파크에서 마음 놓고 응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게다가 이날 다저스가 패했다.

그러나 류현진을 연호하는 한인 동포들의 응원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이곳 현지 한인 동포들 가운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지난해와 2010년 등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자이언츠 '골수' 팬들이 많지만 이날만은 류현진을 응원했다고 실토했다.

현지 동포들과 유학생, 주재원 등 한인들은 '자이언츠를 악몽으로', '류현진을 올해의 루키로' 등 각종 응원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한목소리로 류현진을 열렬히 응원했다.

류현진의 투구 모습을 담은 실물크기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들고 방문팀인 다저스팀의 1루 더그아웃 바로 뒤에서 응원에 나선 이동일(35·회사원) 씨는 "10년 가까이 이곳에 살고 있지만 줄곧 자이언츠 팬이었다"며 "지금도 자이언츠 팬이지만 오늘은 류현진의 승리를 기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어학연수중인 안성용(23·학생) 씨도 "현재 입고 있는 겉옷과 모자는 다저스 로고가 있지만 속에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다"며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활약하는 동안은 류현진을 응원하고,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옷을 바꿔 자이언츠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한인 동포들은 류현진이 6이닝 4점으로 강판하자 아쉬워하면서도 류현진의 투구보다는 다저스의 '물타선'과 보이지 않는(?) 수비실수 등을 원망했다.

최재혁(24·학생)씨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류현진보다는 다저스의 타선이 원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최 씨는 전날 인근 지역에서 류현진을 만났다면서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기도 했다.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3연전 마지막 게임인 이날 경기는 일요일 오후에 벌어져 4만1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AT&T파크가 입추의 여지도 없이 들어찼으며,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인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돼 류현진의 패배가 더욱 아쉬웠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