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관계자…"사전에 러시아에 통보는 안해"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계획 축소와 관련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유럽 MD 계획 축소를 발표한 뒤 러시아 정부와 이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이글 장관은 하루 전 예상보다 빨리 진전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던 유럽 MD 계획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유럽 MD 계획 변경에 대해 사전에 러시아와 협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 아니며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유럽 MD 시스템이 배치될 예정인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는 계획 축소에 대해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아직 미국의 유럽 MD 계획 축소 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애초 4단계로 나눠 유럽 MD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먼저 1단계로 2011년까지 지중해에 요격미사일 SM-3으로 무장한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터키에 MD 운용을 위한 레이더 기지를 건설했다.

2단계는 2015년까지 루마니아에 SM-3 요격미사일 부대를, 3단계는 2018년까지 폴란드에 같은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4단계는 2020년대 초까지 유럽 지역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격추할 수 있는 첨단 요격미사일 'SM-3 2B'로 교체한다는 구상이었다.

미국은 그러나 커져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본격 대처하기 위해 유럽 MD 계획의 마지막 4단계를 포기하기로 했다.

여기서 남는 예산으로 알래스카에 요격 미사일 14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일본에 미사일 추적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기로 했다.

일부에선 미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그동안 러-미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온 유럽 MD 협상이 극적 타결을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