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의 에이스 윤석민(KIA)에게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부담감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윤석민은 17일 대만 도류시 도류구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나서 "저에게 많은 기대를 거는 걸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면서도 "관심에 보답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지만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제게는 커다란 부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윤석민은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활약했다.

당시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 등판해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베네수엘라 강타자들을 6⅓이닝 동안 2점으로 틀어막은 투수가 바로 윤석민이었다.

국제대회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5라는 대표팀 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도 바로 그였다.

그래서 이번 WBC에서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윤석민이다.

하지만 이번 WBC를 이전 대회와 평면적으로 비교해서 윤석민의 활약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도 제2회 WBC에서는 윤석민이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봉중근(LG), 김광현(SK) 등과 함께 에이스의 역할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는 이들의 이탈로 대표팀 마운드를 지킬 에이스는 윤석민밖에 없다.

사람들은 윤석민을 '독보적인 에이스'라고 부르지만 사실 '고독한 에이스'가 더 적절한 설명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때문에 올해 잘 던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당사자에게는 부담"이라고 했다.

이러한 부담감에 짓눌린 윤석민은 결국 해답을 찾았다.

부담감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는 "그런 기대에 대해 신경을 쓰면 야구 경기를 하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결과가 잘 나오면 보답하는 것이고 안된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했다.

아울러 "저는 저 자신이 독보적인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제가 전 경기를 다 던지는 것도 아니고 투수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도 생각 안 한다"고 했다.

그는 "같이 운동해보니까 저보다 몸 상태가 좋고 준비를 잘한 투수들이 많다"면서 "저만 분발하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윤석민은 그런 생각 때문인지 어깨에 짊어진 짐을 다소 덜어낸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 자체가 승리욕을 자극하고 엔도르핀이 나오게 한다"면서 "100% 컨디션을 만들어 잘 던질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도류<대만>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