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연비가 낮다고? 신연비 알고 이해해야

-하이브리드는 도심, 디젤은 고속에서 유리

올해부터 달라진 자동차 표시연비 제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새로 적용되는 기준이 이전 대비 까다로워져 대부분 차종의 표시연비가 하락해서다. 하지만 달라진 표시연비에서 주목할 것은 도심과 고속도로 효율이다. 정부가 소비자 각각의 운행 패턴을 고려해 미국처럼 도심과 고속도로 효율을 별도로 표시하는 만큼 복합효율보다 각각의 효율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11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복합기준으로 효율이 가장 높은 차종은 푸조 208 1.4ℓ e-HDi 5도어다. 그러나 전체 차종 가운데 시내 효율이 가장 뛰어난 차는 여전히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다. ℓ당 21.7㎞로 푸조 208 1.4ℓ의 18.9㎞보다 효율이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프리우스가 ㎞당 77g으로 푸조 208의 89g보다 낮다.

푸조 208 1.4ℓ가 프리우스보다 효율이 높은 분야는 고속도로 운행 때다. ℓ당 24.5㎞로 프리우스의 21㎞보다 길다. 이는 기본적으로 디젤과 가솔린의 연료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젤의 경우 연료가 함유한 열량이 가솔린보다 많아 전반적인 효율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진동과 소음 면에선 불리하다.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디젤 대비 효율이 낮은 가솔린의 단점을 전기 동력으로 보충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보조동력인 전기는 언덕을 오를 때, 가속할 때, 그리고 출발할 때 필요한 힘을 보태 가솔린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토크보다 동력이 많이 필요한 고속에선 일반 가솔린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리드 효율이 디젤보다 뒤진다고 단정 짓는 것은 왜곡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배기량 1,798㏄ 렉서스 CT200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ℓ당 18.1㎞로, 배기량 1,995㏄ BMW 320d의 18.5㎞에 뒤진다. 하지만 시내효율은 18.6㎞로 16.4㎞에 불과한 320d를 2㎞ 이상 앞선다. 캠리 2.4 하이브리드 또한 시내연비는 17.1㎞로 푸조 206 1.6ℓ e-HDi와 같다. 두 차종의 배기량이 2.4ℓ와 1.6ℓ임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뒤진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의 대표 차종인 쏘나타 2.0ℓ 하이브리드 또한 도심은 ℓ당 16.3㎞, 고속도로는 17.5㎞다. 두 효율의 평균인 16.8㎞가 복합효율이다. 같은 배기량의 디젤인 BMW 525d와 비교하면 시내에선 ℓ당 1.6㎞ 높되 고속에선 1.8㎞ 뒤진다. 고속효율이 시내보다 약간 뒤져 있어 복합효율로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ℓ당 0.1㎞ 떨어지는 것 뿐이다.

이처럼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고효율 구간이 다르다는 점에서 복합 기준으로만 효율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신연비 표시제도의 핵심은 시내와 고속주행의 효율이 별도로 표기되는 것"이라며 "고효율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신의 주 운행지역을 참고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특성을 배제한 단순 비교 등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선만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관리공단 측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이전 연비 측정모드는 시내주행에 유리한 설계였을 뿐"이라며 "고속 모드가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디젤차의 효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시내와 고속이 별개인 만큼 두 가지 모두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