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당선인 시각에서 보면 큰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저축은행 퇴출 사태에서 드러난 감독 부실 △상존하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정부 기구인 금융위원회와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 간 소모적 갈등과 비효율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초 이뤄질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선인 측은 내부적으로 국내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부를 신설하고, 금감원을 쪼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라며 “큰 틀의 변화보다는 지금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관련 업무를 조정하는 선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런 기류를 반영해 지난달 열린 한 세미나에서 “국내와 국제금융 정책이 분리된 현행 시스템을 바꿔 국내외를 총괄하는 시스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부가 신설되면 금융위는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부로 위상과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구(금융감독원)와 소비자 보호와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기구(금융소비자보호원)로 분리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선인은 감독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로 금융부 신설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에서 떼어내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는 데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만들 때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금감원 내 준 독립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양수산부 신설, 정보통신부 부활, 교육과학기술부 분할 등 굵직한 정부조직개편 현안을 야당과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가계부채 대책, 기업부실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 산적한 금융현안을 해결하려면 현재의 금융위-금감원 체계를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