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금융권에도 ‘인사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최근 가장 화제인 인물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내서인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MB맨’으로 분류되곤 했다. 어 회장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사외이사들의 집요한 반대로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KB의 미래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내년 7월 임기가 끝나는 어 회장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고려대 동문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맡을 때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는 등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임기는 2014년 3월이지만 이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한 금융계 인사는 “우리금융은 대주주(56.97%)가 예금보험공사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수십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도는 만큼 이 회장이 안팎으로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금융 매각 방안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수뇌부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2014년 3월 임기를 맞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다. 산은금융지주는 공공 금융사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임기와 업적에 관계없이 교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 산업은행의 기업공개(IPO) 등 핵심 현안이 걸려 있는 만큼 회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낙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경남고 동기지만 그다지 정치색이 강하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14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한 회장도 내부 출신이고, 2010년 신한사태로 갈등을 겪은 조직을 다독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공기업이나 주요 금융단체 수장 자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각각 내년 7, 8, 11월 임기를 마친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014년 9월,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2014년 11월까지가 임기다.

한편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씨와 중앙고 동기동창이라는 점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김 사장이 그때 공부를 무척 잘해서 박 당선인이 ‘똑똑한 동생 친구’로 김 사장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