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이젠 빨간색 옷 벗고 'TPO' 패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트레이드마크였던 빨간색 옷을 벗어던졌다. 앞으로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에 알맞은 ‘T·P·O’ 방식의 다양한 드레스코드를 통해 여성 대통령만의 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인사를 발표하면서 회색 바지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왼쪽 가슴에는 꽃 모양의 은색 브로치를 달아 포인트를 줬다.

앞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을 때는 검정색 바지 정장에 검은 패딩을 입어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목에는 회색 머플러를 둘렀다. 오후 주한 대사들을 접견할 땐 검정색 바지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하루 동안 의상을 세 번이나 갈아입으면서 ‘성의’를 표시한 셈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의 드레스코드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바지 정장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계층과 세대에게 거부감이 없는 단정하고 좋은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게 패션에 대한 박 당선인의 확고한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코디네이터 없이 의상을 직접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옷차림은 얼핏 보면 평범한 듯 하지만 사실 깐깐한 드레스코드에 따른 것이다. 그는 ‘T·P·O공식’을 중시하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 꼽힌다.

특유의 헤어스타일에는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와 유사한, 실핀을 여러 개 꽂아 뒷머리를 고정시키는 ‘올림머리’다. 머리손질과 메이크업은 직접 한다.

색조는 최대한 자제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한다. 다만 출마선언, 방송출연 등 굵직한 행사에는 전문가의 손길을 빌린다. 액세서리는 브로치와 함께 심플한 목걸이도 즐겨한다.

그는 그동안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에 주로 빨간색 옷을 입어왔다. 2007년 대선출마를 선언할 때는 빨간 재킷에 밤색 바지를 입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됐던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유치기념행사에도 선명한 빨간색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당 색깔이 빨간색으로 정해진 뒤에는 관례처럼 빨간색 의상을 착용했다. 청년 행사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무채색 정장에 빨간색으로 된 터틀넥 이너웨어를 입거나, 날씨가 추워지자 빨간 장갑을 끼는 식이다. 4·11총선과 이번 대선 선거운동에서는 빨간 점퍼 차림으로 전국을 누볐다.

변화도 준다. 지난 ‘4·11총선’ 때 홍대앞 거리유세를 앞두고 주변에서 청바지 차림을 권하자 “유권자를 대하는데 예의가 아니다”며 꺼리다가 결국 짙은 색상의 데님 바지를 입었으며 이번 대선 때도 ‘청바지 유세’로 젊은 유권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작년 5월 네덜란드 방문 당시 ‘여왕의 날’을 맞자 경축의 의미를 담아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머플러를 둘러 ‘패션 외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