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한화케미칼에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공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화케미칼 측은 머크의 사업전략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시밀러 기술력 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머크와 7639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HD-203) 제품 라이센스 판매 계약을 해지했다. 한화케미칼이 개발 중인 HD-203은 미국 와이어스사의 류마티스관절염 항체 치료제 '엔브렐'의 복제약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계약 해지에 대해 "머크사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전략 변경에 따른 결정"이라며 "기술력과 상업성이 확실한 만큼 앞으로 새로운 후보자들과의 파트너링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류머티즘관절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워낙 유망해 머크가 돌연 사업 방향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등의 약품은 류머티즘 관절염 1차 표준 치료제로서의 입지가 명확하다"며 "안전성과 유효성, 약물경제성, 편의성이 우수해 시장성 축소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의약품 대비 저렴한 약가가 장점"이라며 "가격에 민감한 신흥국에서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계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부문을 확대해 나가는게 최근 추세"라며 "머크가 바이오시밀러 사업분야를 축소한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전했다.

제약업계와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는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머크의 공급계약 해지가 기술력이나 특허 관련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복제약은 세포주를 얼마나 잘 구현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치료성분의 핵심인 오리지널 약의 단백질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내야 하는데 HD-203이 어느 단계까지 와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한화케미칼 측에 너무 성급하게 특허를 내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업계에서 돌고 있다"며 "머크사에서 특허 문제를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반면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머크의 계약 해지 사유가 정확하게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바이오사업 전략 수정으로 추정된다"며 "HD-203 자체의 기술적·상업적 이슈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솔케미칼은 이번 계약해지로 2015년부터 기대했던 로열티 수익이 사라지게 됐지만 이미 받은 계약금 100억원에 대한 반환의무는 없다"며 "바이오시밀러 HD-203은 현재 임상 3상이 진행중인 만큼 현재 주가에 그 가치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