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그보다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당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는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인정한다”며 “지지해주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를 도왔던 캠프 관계자들과 당원 동지들 그리고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의원직 사퇴 여부나 정계 은퇴 등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캠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힘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했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한편에서는 희망도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가) 지지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고 당이 잘 수습되고 일어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는 문 후보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계에 남아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달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협상 당시 일괄 사퇴한 상황에서 자신까지 이대로 물러나면 리더십 부재로 당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 4·11 총선 당시 부산 사상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았던 문 후보가 이대로 의원직을 사퇴하면 해당 지역구를 새누리당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같은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후보는 지난 총선 때 사상에서 출마하면서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을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한 바 있다”며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이 같은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향후 당을 잘 추스리고 범야권 연대 구축에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대권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후보는 이제 초선 국회의원”이라며 “당 수습과 범야권연대를 위한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재도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를 매끄럽게 이끌어내지 못한 데 이어 대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문 후보가 다시 대선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