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업계 1위 업체인 부동산114의 전 센터장은 최근 오래 몸 담았던 일터를 떠나 한 증권사의 부동산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같은 회사의 실무직원 모씨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부동산팀으로 이직했다. 또 다른 정보업체인 B사는 매주 발행하던 주간 시세 자료 발행을 올 들어 중단했다. 현재는 직원 한 명만 남아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정보업계가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대부분 업체가 최소 인력으로 팀을 꾸리거나 기존 사업을 중단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모양새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고객 수가 줄었고, 직원 이탈도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민간이 구축해온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도 사장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업계가 무너진 것은 일차적으로는 경기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인터넷 포털 등 신규업체들의 진입에 대응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실패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보업계의 기존 사업분야는 부동산 정보제공, 광고 게재, 컨설팅·용역 서비스 등이었다. 회원 중개업소에서 받는 회비가 주요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이 방대한 부동산 정보의 무료 제공에 나서면서 중개업소들의 회원 가입이 급격히 줄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업계가 개인자산관리를 위한 ‘부동산 전문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정보업계를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부동산금융 전담반을 만들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증권 업체들도 잇따라 부동산 전문인력 채용에 나섰다. 지난 23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한화생명의 부동산 전문가 채용경쟁률은 103 대 1을 기록했다.

안팎의 경영여건 악화 속에서도 정보업체들은 다양한 신사업 발굴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부동산114는 건설사 고객을 위해 특정 지역의 소비성향·구매력 등 구체적 정보를 담은 ‘맞춤형 DB’를 제작하고 있다. 이외에 C사는 ‘개인 맞춤형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D사는 ‘임대건물 관리용역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