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경영대학 정보미디어연구센터의 김영걸 교수(사진)와 손지현 박사팀이 발표한 ‘고객 기반 영화 분류방법 개발 및 박스오피스 성과 분석에의 적용’ 논문이 28일 세계 최대 사회과학논문 공유사이트 SSRN의 경영전략 분야 다운로드 2위에 올랐다.

이 논문은 SSRN 사이트에 등록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톱10에 들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전통적인 영화 분류방식인 장르(액션, 멜로, 코믹, 공포 등) 분류의 문제점을 분석한 뒤 제작자가 아닌 관객의 감상을 기반으로 영화 특성을 밝히는 새 분류방식 ‘MTI(Movie Type Indicators)’를 개발했다.

MTI는 △Fun(유쾌한, 코믹한) △Eye-catching(박진감, 빠른, 힘찬) △Commonplace(밋밋한, 진부한, 지루한) 등 관객이 인지하는 특성들로 구분하는 방식. 영화 산업의 3대 성과지표인 개봉 첫주 매출, 전체 매출, 스크린당 매출을 예측하는 데 효율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장르 분류는 개봉 첫주 매출결과 예측에만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CJ E&M의 협조를 받아 2008년부터 2년에 걸쳐 약 4만3000회의 영화 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국내 개봉 영화 230편에 대해 MTI 방식과 기존 장르 분류 방식을 사용해 흥행성과를 예측했다.

손 박사는 “MTI는 관객반응 모델로 직접 결정하는 영화분류 방식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령 영화 ‘작업의 정석’ ‘밀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모두 로맨스 장르지만 ‘작업의 정석’은 밝고 발랄하며, ‘밀양’은 무겁고 진지한 느낌을 주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판타지와 잔인함이 섞인 점 등 같은 장르라도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MTI에 따라 영화 타입을 분류하면 ‘맘마미아’ ‘박물관이 살아있다’ ‘쿵푸팬더’ 등은 Fun 지표가 가장 높은 ‘Playground(놀이터)’ 타입, ‘아이언맨’ ‘다크나이트’ ‘인디아나존스’ 등은 Eye-catching 지표가 가장 높은 ‘롤러코스터’ 타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008년 4월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 230편 중 61편의 액션 영화도 6종류의 MTI 특성으로 나눠 정교한 흥행 성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61편의 액션영화 중 20편은 ‘Eye-catching’ 지표, 5편은 ‘Commonplace’ 지표가 우세하며 24편은 모든 지표가 고루 우세한 특성을 보였다. 각 지표 간 분포에 따라 같은 액션 영화라도 박스오피스 성적은 최대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MTI 기법은 향후 영화의 첫주 수익과 총수익, 스크린당 수익, 개봉 시기 결정, 관객 선호도에 따른 영화 추천, 영화의 성공 및 실패 분석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학계와 협력해 그간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