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침, 신문을 보며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여대생이 미국에서 열린 국제 모델 대회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더구나 아시아권 모델로는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신문에 실린 사진 속의 그녀는 강렬한 인상과 당당한 포즈, 자부심 넘치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자신만만한 그 패기에 ‘혹시 이민 간 교포의 2세 아닌가’ 싶었지만 한국서 나고 자란 ‘토종’이었다.

더욱이 그녀가 대견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이미 모델을 꿈꾸고 준비했다는 것과 178㎝까지 자라버린 키 때문에 생길만 했던 콤플렉스를 자신의 소질과 꿈 쪽으로 멋지게 반전시켰다는 것이었다. 강승현, 그녀는 지금 여전히 국경을 넘나드는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비단 그녀뿐일까. 누구나 아는 박지성,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순수 토종 국제 물리학자 오지영 박사, 광고에 미친 이제석, 피아니스트 김선욱에 강남스타일 싸이 군은 또 어떤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실력가로 등극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행진은 이제 웬만해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도 매년 젊은 신입사원들이 입사한다. 이들의 특징을 간단히 짚어 말하라면 열정, 그 열정에서 품어져 나오는 패기다. 주어진 일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매우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다. 매사가 두려움 없이 자신만만하다. 공부가 그렇고 일이 그렇듯이 자발적일 때 가치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충분히 자발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1980년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필자 역시 패기가 넘쳤다. 신입사원 교육 중 팀 토론 내용의 발표자가 되어 이를 웅변하듯 활기차게 마치고선 스스로 흐뭇했다. 그런데 교육담당 과장이 “문종훈 씨, 진정한 패기는 우렁찬 목소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사고야”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때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한참 일을 반기고, 즐기게 된 중견사원이 되어서야 그 분이 주신 조언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사원들은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충분히 적극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열정과 패기’에 대한 인식까지도 진화했다는 것에 다만 놀랄 뿐이다.

그렇다. 바로 이런 진화가 활력 넘치는 우리나라를 역설하는 방증이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식민지 국가들 중에 우리만큼 경제적, 정치적 성장을 이뤄낸 나라가 없다. 판사 검사 의사 등 소위 ‘사’자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적 실력을 인정하고 인정받으며, 도전하는 문화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위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들은 이런 우리의 성과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그건 기적이 아니라 열정 넘치는 우리 국민들, ‘오! 필승 코리아!’가 일궈낸 당연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젊은 그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기운’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혀 줄 동인이요 밑거름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문종훈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jhm@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