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얼굴)의 민주통합당 입당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송호창·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 등 안 후보 측 핵심인사들은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21일 일제히 “민주당 입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안 후보의 입당 카드가 살아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 TV토론회에서 “단일 후보,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을 국정파트너로 삼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 최근 들어 민주당에 대한 구애성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안 후보가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인위적인 정계 개편은 없다”고 밝힌 것은 민주당 입당설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정계 개편도 하지 않고 무소속 대통령으로서의 국정 운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이후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례도 있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153석의 새누리당이 제1야당을 맡고 127석의 민주당이 여도야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무소속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게 정치 현실이다.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카드는 크게 단일화 정국 돌파용과 단일화 이후 상황 타개 측면에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안 후보가 단일화 정국의 여론 흐름에서 열세를 보이면 민주당 입당을 마지막 반전 카드로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다만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과 민주당의 쇄신을 외치며 복귀한 현 시점에서는 입당의 명분과 실리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양날의 칼 성격을 띤 현실적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현 시점에서 입당 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쟁우위를 희석시키면서 민주당과 진보층을 공략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비민주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어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입당하는 것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다만 야권 후보로 확정되거나 문 후보에게 패했을 때도 입당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후보가 됐을 경우 민주당의 분화를 우려하는 정통 야권 지지층을 껴안고, 비민주 중도층에는 자신이 후보로서 민주당을 바꿔내겠다는 명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