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설치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운용 기한 종료일인 22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외환위기 당시 한보철강, 삼미, 진로,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부도 여파에 따라 금융회사 부실채권 처리를 맡아온 지 15년 만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그동안 국가보증부채권 발행(20조5000억원), 정부와 금융회사 공동 출연(4조1000억원) 등으로 마련한 39조2000억원을 투입해 180여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111조6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후 93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국제입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인수·합병(M&A) 방식 매각 등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회수한 금액은 올 10월 말 기준으로 투입액(39조2000억원)보다 7조5000억원 많은 46조7000억원에 달한다. 회수율로 따지면 119%에 이른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공적자금을 운용했던 스웨덴(86.0%) 미국(65.7%) 일본(17%) 등 외국의 회수율과 비교하면 성공적인 기금 운용 사례로 평가된다”며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기금은 정부와 금융회사에 당초 출연금 4조1000억원보다 6조7000억원 많은 10조8000억원을 조기 반환했다. 현재 남아 있는 잔여 재산은 쌍용건설(38.8%), 대우조선해양(19.1%),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지분(9800억원 규모)과 옛 대우그룹 계열사 중 청산하거나 파산한 회사의 채권 등이다. 캠코는 잔여 재산을 청산 기한인 내년 2월22일까지 매각해 추가 반환할 계획이다.

다만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현금 반환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와 캠코가 효율적인 매각 절차를 밟지 못해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캠코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몰두하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 결국 법정 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쌍용건설의 경우 청산 기한까지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부 소유 국영 건설사가 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