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는 호남민심이 결정하고 대선은 PK(부산·경남)민심이 좌우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학 전문가로 꼽히는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사진)는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PK 출신이기 때문에 누가 호남민심의 선택을 받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함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지역에서 각각 96%, 94%의 득표율을 기록한 데 비해 정동영 후보는 79%에 그쳤다”며 “단일화 후보가 누가 되든 호남지역에서 9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야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 간 선거구도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공주’와 ‘서민’의 대결로 박 후보가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K 지역은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스윙 스테이트(미국 대선에서 경합주를 이르는 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후보가 모두 경상도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여기서 얼마나 득표를 가져가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주장이다.

함 교수는 “박 후보는 최소한 현재 이 지역에서 보이고 있는 57.30%의 지지율을 단일화 이후엔 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PK 지역에서 39%의 득표율을 보였다”며 “단일화 후보가 이 지역에서 40% 이상을 득표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함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 정치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차기 대통령은 국회에서 조정자 역할을 통해 정책을 입법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금 대선후보들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