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로 나서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추추 트레인' 추신수(30·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10개월여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추신수는 25일 오전 5시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했다.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추신수는 음주운전 파문에 따른 가책 탓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지난해에 비해 한결 밝고 여유가 넘쳤다.

추신수는 이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거취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는 이기는 팀, 강한 팀,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을 끈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추신수는 "WBC 출전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감독을 맞이한 클리블랜드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추신수는 올 시즌 161경기 가운데 15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598타수 169안타), 홈런 16개, 타점 67개, 도루 21개의 성적을 남겼다.

음주운전 파문과 옆구리 통증, 왼손 엄지손가락 수술 등 각종 악재로 최악의 성적표를 쥔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아진 수치다.

추신수는 지난해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9를 때리고 홈런 8개, 타점 36개를 기록하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08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초 부상에 발목을 잡혀 '추신수' 하면 떠오를 정도로 전매특허처럼 여겨진 타율 3할,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추신수는 2009년과 2010년 거푸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를 이뤄내며 빅리그에서 손꼽히는 '호타준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9년에 세운 개인 최다안타(17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안타(169개)를 때려냈고, 개인 최다 2루타(43개)도 작성하는 등 소기의 성적을 냈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개인 최다인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올 시즌 3번과 6번을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던 추신수는 5월15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부터 톱타자로 변신하면서 눈부신 상승 곡선을 그렸다.

타점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득점 기회를 만드는 '테이블 세터'라는 새 임무를 받은 그는 '톱타자 본능'을 드러내며 전반기에만 홈런 10방을 터뜨렸다.

공격 각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에게 수여되는 '행크 아론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영광이다.

추신수는 내년 시즌을 마치고 대박 계약이 가능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추신수의 몸값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영세구단인 클리블랜드로서는 추신수가 FA 자격을 얻기 전에 다른 구단에 팔아넘기고 유망주를 얻어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추신수의 거취는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 겨울 최대한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추신수는 올해에는 한 달 가까이 국내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갈 예정이다.

롯데호텔과 2013년까지 홍보대사 계약을 연장한 추신수는 26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의 롯데호텔 부산에서 팬 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

27일에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부산고 시절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로 이름을 날린 추신수이기에 어느 정도의 강속구 시구를 선보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