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출전, 구단 결정에 달렸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추추 트레인' 추신수(30)는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추신수는 미국프로야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2012년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추신수는 이후 자리를 옮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변수가 워낙 많아서 분명한 답을 드릴 수 없지만, 한가지 명확한 것은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는 이기는 팀, 강한 팀,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나라를 위해 뛰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하지만 새 감독인 테리 프랑코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장담을 못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오른손 투수에게 타율 0.327, 홈런 14개로 강점을 보였던 추신수는 왼손 투수만 만나면 타율 0.199에 2홈런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6월 왼손 엄지를 맞고 수술을 받아 부상 트라우마가 생긴 데다 집요하게 몸쪽으로 파고드는 왼손 투수들의 볼 배합에 타격 리듬을 잃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한 달 가까이 국내에 머물면서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를 맡는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스포츠 심리학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왼손 투수 극복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WBC에 임하는 각오는.
▲우리 집 옷장에 가면 국가대표 유니폼, 청소년대표 유니폼이 많이 걸려 있다.

나라를 위해서 뛴다는 것은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큰 혜택을 받아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에 대한 고마움도 여전하다.

올 시즌 초반에 부상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다.

사실 언론에 안 나왔지만 작은 부상들이 많았다.

작년 수술을 받았던 손가락 부위에 시즌 초반 다시 공을 맞아서 금이 갔다.

하지만 경기를 뛸 수 있다고 판단해서 뛰었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진 허리 통증 등 시즌 막판에는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었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봤지만 저는 '노(NO)' 했다.

경기는 항상 뛰고 싶었다.

악타 감독이 그만두고 새롭게 프랑코나 감독이 왔지만, 통화 한번 한 게 전부다.

팀이 리빌딩 들어가다 보니까 WBC 출전은 저 혼자 만의 문제로 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인디언스 소속으로 구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새 감독이 어떤 결과 주실지 장담 못 하겠다.

뵌 적이 없다.

시즌 종료 전 단장 등과 만났을 때 어느 정도 얘기를 듣고 왔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일정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갈 거다.

이른 시일 내에 대답이 있을 거다.

--WBC 출전한다면 목표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게 목표가 아니면 참가할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강팀도 많다.

한국 프로야구 기사 보지만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세대교체 되는 시기인 거 같다.

박찬호, 서재응 선배들도 나라를 위해 많이 뛰었지만 어린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우승이 목표이며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하겠다.

--왼손 투수들의 몸쪽 공략에 고전했는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운동하면서 이런 부분 때문에 어려워하게 될지는 생각도 못했다.

경험도 없었다.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예를 들어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1루에 나가면 프린스 필더에게 어떤 식으로 왼쪽 투수에 대처하느냐, 어떤 공을 노리고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 물어봤다.

신시내티와 경기하게 될 때는 1루수 조이 보토에게도 물어봤다.

많은 조언을 구했다.

모든 선수가 스타일이 달라서 와 닿는 조언이 없었다.

샌디 알로마 감독대행에도 물어봤는데, 코치 말이 '직접 당해 보지 않은 선수는 어떤 해결책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정말 힘들었다.

공에 많이 맞았기 때문에 맞기 싫어서 타석에서 물러 나보기도 했지만, 맞는 건 변함이 없었다.

막판에는 타율이 올랐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극복하지 못하면 야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맞자, 맞는다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까.

마지막에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투수들도 실투하고, 그전에 파울 치던 공도 맞아 나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나아졌다.

다 극복은 못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이 부분을 극복 못 하면 풀타임 메이저리거 못되고 반쪽자리 선수 된다.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스포츠 심리학 전문가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미국에 있을 때는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제일 힘들었다.

한국은 말이 통하다 보니 알아봐서 심리학 선생님 만나려 한다.

내년에는 나아질 거다.

--산체스가 또다시 몸에 맞히는 공을 던진다면.
▲내년에 맞으면 그때는 괜찮다.

올해 산체스의 공에 맞았을 때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는데, 사실 선수들과 다 얘기되어 있었다.

동료 들이 저보다 더 화를 내고 적극적이었다.

고맙게 생각했다.

미국 생활이 헛되지 않았구나 라고 느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공을 빠르게 던지는 투수는 분명히 있다.

변화구 잘 던지는 투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메이저리그에 못 가는 것은 경험도 그렇지만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WBC, 아시안 게임 때 류현진과 같이 경기했는데, 외야에서 봤을 때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맞아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투수의 보디랭귀지가 중요한데 류현진은 자신감 있게 던졌다.

왼쪽 투수로 빠른 공 던지면서 제구도 되고 국제대회 검증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 선수 천웨인(볼티모어)과도 상대해봤지만 류현진도 충분히 그만큼 할 수 있다.

--1번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저 리그라는 곳에서 매일 뛰는 게 제일 중요하다.

타순은 상관없다.

1번 쳤을 때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1회에 3번 타자는 초구에 변화구를 자주 보지만 1번 타자는 초구에 직구를 자주 볼 확률이 높다.

중심보다 1번에 있으면 초구에 스트라이크존에 근접한 공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서 성공한 거 같다.

--이대호가 일본에서 활약했는데, 어떻게 봤나.

▲대호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이 자랐다.

긍정적 성격에 승부욕도 있다.

대호가 일본 간다고 할 때 잘할 줄 알았다.

파워가 있으면서 큰 덩치에 비해 유연하고 콘택트 능력이 웬만한 교타자보다 좋다.

야구 동기로서 알기 때문에 그런 확신을 가졌다.

--WBC 출전은 구단 결정에 무조건 따르나?
▲100프로는 아니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감독이 새로 왔다는 부분이다.

제일 큰 산인 거 같다.

악타 전 감독이나, 샌디 알로마 감독대행이라면 서로 알지만, 새 감독은 서로 어떤지 모른다.

프랑코나가 반대하거나 내년 구상하는데 이 선수 알아야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WBC가 스프링 캠프랑 겹치기 때문에 힘든 결정인 것 같다.

제가 '예스'나 '노'라고 할 수 없지만, 중간에서 에이전트 통해서 계속 얘기 중이다.

좋은 소식 있을 거 같다.

--향후 거취는.
▲어릴 적부터 야구를 해올 때 이기는 야구 해왔다.

우승을 항상 하고, 이기는 데 익숙해 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는 거 좋아하는 사람 없다.

제 성적도 그렇지만 3년 동안 같은 일 반복 되는 게 실망스럽다.

마음이 아팠다.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자신감 있었고, 간절해다.

그래서 좌절됐을 때 1년 농사가 다 수포가 된 그런 마음이었다.

팀 고른다면 이기는 팀으로 가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이기는 팀, 강한 팀,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뛰고 싶다.

클리블랜드도 어린 선수, 재능있는 선수들 많다.

그런 팀 될 수 있다.

야구 변수가 많아서 트레이드 될지 저도 모르고 에이전트도 모른다.

팀만 오로지 안다.

제가 명확한 답을 못 드리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