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가 손대지 않는 중형 벌크선과 특수선, FSO(해양 부유식 원유저장·하역설비)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살려낼 계획입니다.”

작년 8월부터 성동조선해양호(號)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하성용 대표(60ㆍ사진)는 지난 26일 경남 통영 조선소에서 열린 참치선망선 ‘사조콜롬비아호’ 명명식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회사의 사활이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동조선은 한때 세계 6위권의 조선소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 잠식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조선경기가 악화돼 수주가 끊긴 데다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1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재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있다.

하 대표는 후판과 블록이 쌓여 있는 조선소 현장 곳곳을 누비기 위해 타던 차량을 최근 경차인 마티즈로 바꿨다. 그는 대우중공업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하 대표는 회사의 상황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현금흐름이 개선됐고 직원들의 사기가 높은 만큼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성동조선은 2010년 사조산업에서 제작의뢰를 받은 사조콜롬비아호를 이날 인도했다. 이 배는 1900t 규모로 어군탐지기, 고성능 레이더, 경비행기 등 참치잡이에 최적화된 장비를 갖췄다. 올 하반기 사조 측에 같은 선박 1척을 더 인도할 예정이다.

하 대표는 명명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참치선망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성동조선이 국내 최초로 건조해 인도한 참치선망선은 크기가 10배 이상 큰 벌크선과 가격이 비슷한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며 “체계적인 생산관리를 통해 건조한 만큼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이 참치잡이선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총 400여척에 이르는 세계 참치잡이선의 평균 선령(배의 나이)이 20년에 달해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는 판단때문이다.

하 대표는 “경남지역에서 6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성동조선은 직원 가족 및 연관 업체까지 합쳐 3만여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회사를 꼭 정상화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중국 업체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중형선 시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5월 수주한 가축운반선에 대한 RG(지급보증서) 발급이 미뤄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RG 발급이 마무리되고 채권단이 4000억원가량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회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 대표는 “조선업이 경기에 2년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을 기점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을 가진 중형 벌크선, 탱커, 컨테이너선 수주를 통해 2014년께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영=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