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 등 대형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가 부동산 장기 침체의 무풍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총 4만여명의 공공기관 인력 이동이 전국 부동산 시장 지형도를 일거에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 혁신도시는 전국 주요 광역시·도에 하나씩 포진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급랭을 막아주는 버팀목으로 기대받고 있다.

LH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김천, 대구신서, 제주서귀포 등 혁신도시의 아파트 청약이 10 대 1의 경쟁률을 거뜬히 넘기며 마감되는 등 아파트 분양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부동산 업계는 혁신도시의 공동주택 분양성공 요인으로 △지방에선 찾아보기 힘든 미니 신도시 수준의 계획도시 △쾌적한 주거환경 △올해 말부터 공기업 이전이 본격화됨에 따른 신규 수요의 증가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중심의 아파트 공급 등을 꼽는다. 정부기관이 옮겨가는 세종시에서 최근 청약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혁신도시가 세종시의 바통을 이어받아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견인하는 이슈지역이 될 것”이라며 “민간 건설업체의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혁신도시 청약열기 후끈

혁신도시는 수도권 과밀 해소, 국토 균형발전이란 목표로 추진돼 왔다. 전략적으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 삼아 각 지방의 성장 거점, 자립형 미래도시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전한 공공기관과 지역의 대학·연구소·산업체·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혁신도시는 울산우정, 광주전남, 경남진주, 대구신서, 강원원주 등 10곳에 이른다. 이곳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은 한국가스공사, LH, 한전 등 총 113개로 4만여명의 인력이 옮겨갈 예정이다.

이들의 주택수요가 두터운 만큼 청약열기도 뜨겁다. 호반건설이 최근 전북혁신도시 C7블록에 분양한 ‘호반베르디움 더클래스’ 아파트는 14.8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LH가 최근 분양한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성적도 상위권이다. 경북 혁신도시에 분양한 Ab2블록 660가구도 2000여명이 신청해 평균 3 대 1, 최고 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대구 혁신도시도 최근 B4블록 350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741명이 신청해 평균 2 대1, 일부 타입은 최고 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제주도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 혁신도시 A1블록 450가구는 668명이 신청해 1개 평면을 제외하고 1순위에서 마감됐다.

○LH 6000여가구 공급

LH와 혁신도시 내 부지를 매입한 민간 건설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총 1만2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LH가 절반가량인 6000여가구를 내놓는다. ㅈLH 관계자는 “혁신도시에 이전할 공공기관 종사자에 전체 물량의 70%를 우선 분양하는 만큼 청약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인근 대도시의 구도심과 비교하면 훨씬 주거환경이 쾌적한 데다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들이 모여 학력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종시에서 청약 바람몰이를 한 LH의 자신감이 혁신도시 분양에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LH는 오는 9월 충북혁신도시 A2블록 일대에 ‘휴먼시아’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용 59㎡ 총 89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충북혁신도시는 세종시와 반경 50㎞, 청주국제공항과 충북선 전철에서 20㎞ 이내에 있고 중부고속도로와 직접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11개 기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어 10월에는 강원 원주혁신도시 B-5블록 일대에 ‘원주혁신 휴먼시아’를 분양한다. 74, 84㎡로 구성된 424가구 규모다. 강원 혁신도시는 대한석탄공사, 한국관광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이전되고 동부순환로와 중앙선 반곡역이 인접해 있다. 혁신도시 인근에 원주여자고등학교가 2013년 설립될 예정이다. LH는 이외에도 경남진주, 울산우정혁신도시에 공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민간업체도 줄줄이 분양

건설사들의 분양채비도 한창이다. 가장 빠른 곳은 보광건설. 최근 울산 혁신도시 B1블록에 공급하는 ‘골드클래스’의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골드클래스’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로 76~84㎡ 총 478가구로 구성됐다. KTX 울산역과 경부고속도로, 울산공항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내년에는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와 옥동~농소 간 도로도 개통될 예정이다. 단지 인근에 농산물 유통센터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삼일초, 울산동중, 학성여고, 폴리텍7대학 등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부영건설은 하반기 중 광주전남혁신도시 B1블록 일대에 ‘사랑으로’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이다. 60~85㎡ 총 1478가구에 이른다. 광주전남혁신도시는 한국전력, 우정사업정보센터 등의 공공기관이 이전된다. 혁신도시 내 초등학교, 중학교 등의 교육시설 부지도 예정돼 있다.

KCC건설은 12월 울산 혁신도시 B2블록 일대에 ‘스위첸’을 공급한다. 60~86㎡ 총 428가구로 구성될 예정이다. 울산 혁신도시는 한국석유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의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북부순환도로와 인접해 있고 울산~포항고속도로가 내년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