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을 다른 차원의 클럽으로 만들 터"
출전시간 확보 후 그라운드 안팎서 리더될 듯


박지성(31)의 퀸스파크레인저스(QPR) 입단은 최고 구단의 보통 선수가 꼴찌 구단의 최고 선수로 새 출발하는 것이다.

결장이 잦아 생기는 불만과 주전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된 출전과 팀의 성장을 주도하는 성취감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변화의 내실이다.

QPR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지성을 새로운 선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박지성은 더는 세계 정상급 클럽이자 지구촌 각지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스타가 아니다.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7위에 턱걸이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18∼20위를 겨우 피한 꼴찌 구단이다.

맨유에서 7시즌 동안 205경기를 전천후로 뛰며 갖은 찬사를 받은 박지성에게 QPR은 누추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벤치를 지키는 때가 잦은 맨유 시절과 달리 기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출전시간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QPR이 맨유에 지급한 이적료나 박지성에게 줄 보수를 고려하면 박지성은 새 구단에서 단 10분도 벤치에 두기가 아까운 선수다.

정확한 금액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BBC방송은 박지성의 이적료가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라고 밝혔고 대중지 '더 선'은 주급이 6만 파운드(약 1억600만원)라고 보도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주전이 되려고 국가대표에서 일찍 은퇴하기까지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잦은 결장이 고질적인 아쉬움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박지성은 QPR 입단으로 선수생활에서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질 기회를 잡았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 처진 스트라이커 등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다치지 않으면 QPR에서는 결장할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박지성은 경기마다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상위권 강호를 상대할 때는 맨유에서 자랑한 끈끈한 수비와 수비를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위권 맞수와 싸울 때는 태극마크를 달고 뛸 때 보여준 저돌적인 공격력을 자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맨유에서 기름을 잘 칠한 기계였지만 그는 이제 여기서 다른 방식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지성은 베테랑으로서 팀의 구심점이 되라는 주문을 경기장 안팎에서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그 경기, 컵대회, FA컵, 챔피언스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등에서 쌓은 경험을 동료와 나누고 젊은 선수들에게 성실한 선수의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과 계약한 것은 QPR에는 정말 대단한 성취"라며 앞으로 다방면에 걸친 역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박지성이 QPR의 현위치보다는 QPR이 나아가는 곳에 끌려 입단했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라며 "박지성에게 QPR 입단은 새로운 도전으로 걸맞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은 "QPR은 급성장하는 클럽으로 미래가 매우 밝다"며 발전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가 이적의 배경에 있었음을 밝혔다.

그는 "감독과 함께, 선수단 모두와 함께 QPR을 다른 차원의 팀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