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을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코스닥시장에 우량기업을 유치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선 세제혜택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4년여간 지수가 500선 부근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업손실준비금 부활 등 건의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내달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총 5건이 넘는 세제혜택 지원안을 건의했다.

대표적인 건의안은 사업손실준비금의 부활이다. 사업손실준비금이란 기업이 미래 손실을 대비해 이익금 일부를 준비금으로 쌓아놓을 수 있도록 하는 세제 지원안이다. 준비금을 뺀 이익금 부분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과세이연 혜택을 볼 수 있다. 1999년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가 2006년 폐지된 제도다.

유상증자 세액공제안도 포함됐다. 상장기업이 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증자금액의 10%를 이익금에서 빼고 세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1996년 폐지된 제도다. 가령 상장된 A기업이 100억원을 증자했는데 순이익 50억원을 거뒀다면 증자금의 10%인 10억원을 뺀 4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주식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한 세제혜택도 주요 건의대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분 3%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코스닥시장에선 지분 5% 또는 시총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등 ‘큰손’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코스닥 양도차익 과세 기준인 50억원이 유가증권시장의 절반 수준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코스닥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 세제혜택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더 늘려주는 방안을 건의했다. 또 장기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과 코스닥에 투자하는 연기금이나 공모 펀드에 거래세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코스닥 위기감 갈수록 높아져

거래소가 이같이 다양한 세제지원안을 일괄적으로 건의한 것은 코스닥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최홍식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코스닥지수 추이를 중환자실의 심장박동 그래프에 비유한다. 지수가 수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옆으로만 흐르고 있어서다.

코스닥시장은 3년 동안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통한 시장 정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은 여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닥시장의 주도주 공백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최 본부장은 삼성SDS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마사회 등 우량기업을 코스닥시장에 유치해 새로운 전환기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벤처·중소기업이 커나가는 발판인 코스닥시장에 세제 지원을 해준다면 기업 성장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세수 차원에서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