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왕’ 록펠러로 유명한 록펠러그룹은 부동산 투자에도 강한 회사다. 투자이력이 80년을 넘는다. 이들의 투자기법은 다소 독특하다. 록펠러그룹이 절반, 나머지 투자자가 절반을 대 투자한 뒤 수익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록펠러그룹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록펠러그룹이 책임감을 갖고 투자를 집행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부동산투자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찰스 그래험 유로파캐피털 대표(공동창업자)와 데니스 어번 록펠러그룹투자매니지먼트사 대표다. 그래험 대표는 유럽지역, 어번 대표는 미국지역 투자를 각각 책임지고 있다. 이들에게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투자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독일·폴란드 부동산 ‘주목’

이들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유럽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그래험 대표는 “지금 유럽 위기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를 요청하고 있고, 이 때문에 상당수 펀드들은 투자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에서 지금 투자하기 좋은 물건이 많은 국가, 도시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독일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는 “베를린과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5개도시에서 주로 사들일 물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심지역으로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을 꼽았다.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 지역의 쇼핑센터와 사무용빌딩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유럽에 투자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용빌딩 물류창고 투자할 만

유럽위기의 한복판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미국의 부동산 투자 전망은 어떨까. 이들은 ‘게이트웨이(관문) 도시’로 불리는 5개 주요 도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5개 도시는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로스앤젤레스(LA)다.

어번 대표는 특히 사무용 빌딩과 물류창고 등을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지난 15년간 이 지역에서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무용 빌딩의 가치는 일자리가 많아지면 오르는데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물류창고는 국내총생산(GDP)이 상승세를 탈 때 수요가 증가하는데 앞으로 미국 경제가 이런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번 대표는 그러나 미국 부동산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경계했다. “미국의 경우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회복세는 지난 50년간 보지 못한 특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프라임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임대 거주수요 등 ‘실수요’ 성장세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만 믿고 투자했다 금리가 오르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향방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래험 대표는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더라도 유로화 체제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며 “독일은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근본적으로 탄탄하게 받쳐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