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점점 더 많은 직장인들이 자녀의 교육이나 여유로운 삶을 위해 캐나다로의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그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질문이 “가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이다. 캐나다, 특히 밴쿠버는 막연히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지만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사업가라도 한창 일할 나이에 밴쿠버로 이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밴쿠버에 이민 온 많은 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실력은 이민 가방 한편에 접어 넣고 식품점이나 세탁소 같은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곳 밴쿠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밑천으로 사업다운 사업으로 승부해 성공한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밴쿠버는 단순히 살기 좋은 관광도시나 교육도시가 아니다. 북미주의 주요 바이오산업 거점이고 영화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다. 정보기술(IT) 분야 벤처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은행, 증권, 투자자문업 등 한국 교민들을 위한 금융서비스 사업의 성공 기회도 높다.

필자가 사외이사로 있는 밴쿠버의 한인 신용조합 신협은행(Sharons Credit Union)의 경우 설립 24년 만인 올해 캐나다 100대 신용조합에 올랐다. 총 자산 규모는 2억4000만달러. 지난해까지 적립 이익잉여금이 1000만달러를 넘었고, 작년 한 해에만 17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조합원들에게 70만달러를 배당했다.

한인 수가 훨씬 많은 로스앤젤레스(LA)나 뉴욕에 있는 한인 신용조합 규모가 수천만달러 수준이라고 하는데, 규모가 작은 밴쿠버에서 신협은행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밴쿠버에서의 사업 기회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협 같은 은행 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부티크 수준의 니치(틈새) 금융 부문에서도 사업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주해 오는 사람 중 자산을 다소 공격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 현지의 금융회사들이 한국인의 기대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신협처럼 은행 형태 금융회사의 사업 성공이 가능하고, 일반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성공 기회가 충분히 있다.

이런 사업 기회를 활용해서 충분한 실력과 경험을 갖춘 한국인들이 더 많이 밴쿠버에 와서 금융사업에 도전해 보기를 희망한다.


◆ 인케

INKE. 2000년 한국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민간 조직으로 탄생시킨 한인 벤처기업인의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 현재 44개국에 73개 지부를 두고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회원 수는 900여명이다.


심진택 < INKE 밴쿠버 지부 의장(TNC뉴트리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