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달랑 있는데 누가 들어가 살겠어요.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싸게 내놨는데도 문의조차 없습니다.”(인천 영종도 S공인 A대표)

지난 1일 둘러본 인천 영종하늘도시는 공사판 그 자체였다. 7월부터 6개 단지, 80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진입 도로조차 완공되지 않았다. 인근의 중개업소들은 “남양주 별내신도시, 인천 청라지구 등 최근 입주한 곳들이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영종하늘도시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영종신도시는 기반시설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신도시를 개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현장에서 만난 LH 관계자는 “단 한곳의 상가도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은 단지 내 상가밖에 없다. 병원이나 약국을 가려면 차를 타고 공항신도시까지 가야 한다. LH가 임시상가나 장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은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고등학교는 아예 착공조차 못했다. 중·고등학생들은 입주 후에도 3~4㎞씩 떨어진 기존 학교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집단적으로 낸 데 이어 준공을 1년 뒤로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도 크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맞춰 건설하겠다던 영종도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는 국토부와 인천시, LH 간 이견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별 수 없이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하루 왕복 통행료가 1만5400원에 달한다. 입주를 앞둔 6개 건설사가 영종도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방안이나 셔틀버스 운행 등 고육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등 지자체가 약속한 인근 개발사업들도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와 시공사가 2009년 분양 때 약속했던 개발 계획을 거의 지키지 못하다 보니 추가 아파트·상가 분양이 중단됐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약속도 믿을 수 없는 게 우리 신도시 개발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문혜정 부동산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