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27개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328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조원을 돌파했다. 불과 2년 사이에 무려 116조원 넘게 늘어나 MB정부 출범 4년 만에 2.4배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자회사들이 진 빚까지 반영토록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했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부채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이런 속도라면 국가부채(지난해 420조7000억원)를 추월할 날도 머지않았다.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로는 잡히지 않지만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는 국가부채로 봐야 한다. 국가부채를 공식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순채무만 합산해 산출하는 까닭에 수치에 반영되지 않을 뿐이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GDP대비 34% 수준이어서 아직은 재정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 비율은 GDP의 60% 수준으로 급증한다. 공기업발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공기업 경영정상화는 한때의 정치적 구호였을 뿐 종말을 고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추진했던 공기업의 출자회사 지분 정리 실적이 금액 기준으로 고작 목표 대비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공기업들은 경영난이 정부의 요금통제 탓이라고 변명을 해대면서 보유지분 매각을 어떻게든 늦춰 퇴직자들의 낙하산 자리 등으로 활용하는 꼼수만 늘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같은 6대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32%로 높아졌다.

일반 민간기업이었다면 진작에 퇴출됐을 경영자들이요 기업들이다. 공기업들은 부채감축을 미룰 시간적 여유가 더 이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장 불용자산부터 매각해 빚을 갚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도 스스로 해결능력이 없는 공기업에 대해선 가차없이 행정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더 늦다간 재정이 거덜나게 생겨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