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부딪쳐 유럽 정부들이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재정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내달 초에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그리스 총선이 열린다. 긴축 반대를 내건 진영이 승리하면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신재정협약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내각은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야당의 공격으로 27일(현지시간) 총사퇴했다. 새 정부를 꾸린 지 두 달 만이다. 루마니아 의회는 이날 미하이 러즈반 운구레아누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표결에 부쳐 의결정족수보다 4표 많은 235표로 통과시켰다. 운구레아누 총리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도 긴축예산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져 최근 내각이 총사퇴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정치권은 26일 가까스로 내년 예산안에 합의, 유럽연합(EU) 제출 마감시한(30일)에 맞춰 예산안을 제출했다.

긴축정책을 추진 중인 체코 연립정부도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21일 체코에서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98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유로존 전역에서 반(反)긴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5월 초 치러질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그리스 총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6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올랑드는 긴축정책에 초점을 맞춘 신재정협약 수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올랑드가 당선되면 독일이 주도해온 유럽 위기 해결책의 강력한 지지국이 없어지는 셈이다. 같은 날 그리스는 총선을 치른다. 지난해까지 집권했던 사회당이나 이에 맞선 신민주당 모두 단독 집권이 어려워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