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9일 오후 3시38분 보도

회사채 발행시장의 가뭄 현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이달부터 새로 시작된 ‘수요예측(book building)’ 제도의 도입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미루고 있어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7일부터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업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0건’이었다.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모두 28건, 하루평균 1.8건에 달했던 회사채 발행 관련 공시가 사라진 것이다.

증권신고서는 통상 회사채 발행을 열흘 정도 앞두고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동안 일반회사채 발행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실시할 경우 발행금리가 올라갈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서로 먼저 발행하지 않으려 눈치만 보고 있다”며 “당장 새로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발행까지 한 달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5월에도 발행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발행 제도에서 기업들은 투자자들과 사전에 금리 협상을 벌인 뒤 조건이 충족되면 발행 여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발행금리가 투자자보다는 기업 입맛에 맞게 결정되는 경향이 컸다. 증권사 역할도 단순 중개에 그쳐 수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주 회사채 발행액은 6370억원에 머물 전망이다. 전주보다 64% 급감한 수치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일반회사채는 쌍용양회공업과 동양 2건으로 모두 1000억원에 불과하다. 두 회사는 새 발행 제도 적용 기준일인 17일보다 훨씬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요구를 받는 바람에 예외적으로 발행이 늦춰진 사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