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교회 공간에 도서관 세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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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동안교회 목사, 예산 30% 절약…어린이에게 꿈
지난 28일 오전 11시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앞 5층 건물. 새로 지은 건물 2층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말쑥하게 차려입은 150여명의 사람들이 마룻바닥에 서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동안교회 꿈마루어린이도서관 개관 기념예배였다.
꿈마루도서관은 골목 안에 자리한 교회와 달리 도로변 비싼 땅에 신축한 건물의 노른자위 공간(약 330㎡)에 마련한 동대문구 최초의 어린이 전용 도서관.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연령대별로 공간을 구분하고 쉼터처럼 편안하게 꾸몄다. 그림책, 창작동화, 과학·역사·영어·논술·신앙 도서 등 1만여권은 교인들의 특별헌금으로 마련했다. 예배가 끝난 후 김형준 담임목사(55)를 만났다.
“작년 7월부터 리모델링 및 증축 공사를 하고 있는데 공사 후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청년들이 교회 인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우리 지역에는 없는 어린이 도서관을 열게 됐죠.”
1958년 창립한 동안교회는 개신교계에서 청년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20세 이상 신자 5500여명 가운데 대학생과 청년 등 20~40세가 2500명가량으로, 교인 평균연령이 37.8세다. ‘삶의 현장을 하나님 나라로’라는 교회의 사명이 젊은이들을 공감하게 한 결과다.
“이문동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민 동네라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어린이도서관을 배치했죠. 앞으로 이 건물 1층에는 어린이집을 만들 생각입니다.”
동안교회에는 여느 교회와 다른 점이 많다. 재정 공개는 기본이고 전체 교역자가 10여년 전부터 세금을 낸다. 교회재정의 15%는 이웃을 위해 쓰고 경영합리화로 30%를 절감해 건축비용 등에 쓴다. 어린이 도서관 설립 비용도 이렇게 마련했다. 수입의 55%만으로 교회 살림을 사는 셈.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을 섬기는 일에는 아낌이 없다. 동대문구청을 통해 지역 결식아동 60여명을 후원하고 부활절에 교인들이 각자 마련한 선물 2500여개를, 성탄절에는 사랑의 쌀 3000포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교회 앞 도로변 건물 1층의 ‘쉴만한 물가’는 교회가 장애인단체에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 연 카페다. 수익금은 장애인단체가 사용한다.
교회 리모델링과 증축공사로 불편을 겪은 이웃 주민들에게는 최근 탈북자 지원단체가 만든 개성약과를 위로와 감사의 선물로 전했다. 등하굣길에 불편을 겪어온 교회 옆 청량초등학교 전교생(1200명)에겐 어린이날 선물세트를 줄 예정이다.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면 그게 바로 빛과 소금의 삶입니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에 ‘내 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속을 비우는 대신 단단해진다는 것이죠. 교회도 영역을 무한정 넓히기보다 스스로 비움으로써 교회의 본질로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