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3호) 발사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는 강력한 대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5일 새벽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첫 번째 일정으로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DMZ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다음달 12~16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의 코앞인 DMZ를 찾아간 것은 미사일 발사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1시15분께 전용 헬기(마린 원)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정승조 합참의장,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등의 영접을 받은 뒤 미군 최전방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로 이동해 10여분간 DMZ 일대를 둘러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캠프 보니파스에서 근무 중인 50여명의 미군 장병들에게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며 “자유와 번영의 측면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한반도 안보 동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25m 떨어진 관측초소(OP)를 찾아 우리 측 장병들에게 “여러분이 여기서 하고 있는 중요한 일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소 안의 전망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100일을 맞아 조기를 단 북측 기정리 마을을 살펴보고, 에드워드 테일러 유엔사 경비대대장과 윤봉희 JSA 한국군 경비대대장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북 간에 가장 최근 벌어진 교전이 언제였고, 근처에 인구가 많은 도시가 어디냐고 물어봤다고 한국 측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은 2002년 2월 도라산 전망대를 찾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앞서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중 DMZ를 방문했었다.

차병석/홍영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