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어려운 협상…해결책 나올 것"
"석방 안 되면 연간 13억 달러 원조 끊을 것"


미국인이 포함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의 불법 활동 혐의를 재판하는 이집트 재판부 판사들이 모두 소송을 기피해 미국과 이집트 간 협상이 진전한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미국인 샘 러후드 등 국제 NGO 직원의 불법활동 사건의 주심인 모하메드 슈크리 판사 등 재판부 전원은 28일(현지시간) 소송 진행에 난색을 보이며 사건에서 물러났다고 이집트 법원 관계자가 밝혔다.

재판부의 사건 회피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집트 인권변호사인 아메드 세이프 알-이슬람은 "재판이 부당하게 외부의 영향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교통부 장관의 아들인 러후드 등 미국인 16명이 포함된 이 재판의 피고 43명은 이집트 정부의 허가 없이 국제기구 지사를 설립하고 사회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외국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난 26일 카이로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피고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재판을 두 달 후로 연기하고 휴정했다.

재판부 전원이 소송을 기피해 법원은 새 재판부를 구성해 26일 재판을 속개한다.

그러나 미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이집트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재판부 사퇴를 계기로 사건이 아예 기각될 가능성도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협상이 까다롭지만, 해결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미국이 압박을 계속하리라는 점을 이집트 당국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간 13억 달러에 달하는 이집트 원조를 끊겠다는 입장이다.

이집트 당국은 지난해 12월 외국의 내정간섭을 조사하겠다는 명목으로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와 민주주의연구소(NDI) 등 NGO 10개 단체 17곳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43명을 기소했다.

피고 가운데는 러후드 등 미국인 16명 외에도 독일, 팔레스타인, 세르비아, 요르단 국적의 활동가들이 포함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이집트 군부는 혁명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배경에 외국 NGO들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퇴진 후 소원했던 양국 관계는 미국인들이 무더기로 피소되면서 급속히 얼어붙었다.

(카이로 AP=연합뉴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