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넘어 황혼기에 CEO 도전…꿈만 같아요"
“남은 여생 동안 ‘창업’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게 제 마지막 꿈입니다.”

이은임 씨(71)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70대의 나이지만 요새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온라인을 통한 여성 의류와 잡곡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서울 종로노인복지관에서 온라인 창업교육을 수강한 게 계기가 됐다. 이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시 장년창업센터 과정에 신청, 이달 초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는 “장년창업센터의 체계적 교육을 통해 남은 여생을 창업에 바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시는 1일부터 6개월 과정으로 ‘장년층 예비 최고경영자(CEO) 양성소’인 ‘장년창업센터’에서 231명이 창업 관련 지원과 교육을 받는다고 31일 발표했다. 장년창업센터는 베이비부머, 퇴직 전문경력자를 비롯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40대 이상 시민을 위한 창업교육 시설이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옛 서울의료원 자리에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지난해 8월 입학해 이달 중 수료하는 1기 예비 CEO 250명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 선발된 장년 예비 CEO의 평균 연령은 52세다. 40대 94명, 50대 89명, 60대 44명이며 70대도 4명이 포함됐다. 최고령자인 이진우 씨(74)는 검정콩 프랜차이즈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 과거 식품 기업에서 근무한데다 직접 콩 농사를 하면서 콩 생산기술을 습득한 그의 목표는 친환경 검정콩 프랜차이즈 가게를 여는 것이다.

지원자들의 경력도 회사원을 비롯해 주부, 배우, 농업인 등 다양하다. 대기업을 다니다 창업의 꿈을 안고 퇴직한 사람도 있다. 쌍용그룹과 세스코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김성준 씨(40)는 이번에 선발된 장년 예비 CEO 중 최연소자다. 그는 각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공장견학 프로그램을 중간에서 알선하는 중계업체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각 회사 견학프로그램의 가이드요원으로 은퇴 직원들을 고용하는 등 은퇴자 취업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장년창업센터 교육을 통해 마케팅 노하우를 쌓고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입주자들은 6개월간 창업활동 공간을 제공받고 최대 60시간가량 업종별 맞춤형 창업교육을 받는다. 센터가 제공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창업 멘토제 △창업컨설팅 △비즈니스 교류 △마케팅 및 홍보 △사후관리 지원프로그램 등이다. 지난해 8월 입주한 1기 250명 중 35%에 달하는 88명이 창업에 성공해 교육 기간 중 9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 노령화 등으로 장년층에서 일자리를 갖겠다는 욕구가 크다”며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펼쳐 장년 CEO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