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페이스메이커’는 누구입니까?
[이정현 기자] “나는 ‘페이스메이커’다”

주만호는 마라토너다. 어린시절, 운동회 2등 상품으로 내걸린 라면박스를 위해 일부러 2등으로 달려야 했던 그는 다리 부상을 이유로 ‘페이스메이커’가 됐다. 남들은 42.195km를 달리지만 30km만이 달릴 수 있는 거리다. 그렇게만 달려야 내 뒤에 따라오는 같은 팀 선수가 1등을 할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마라톤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이나 수영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말한다. 자신이 아닌 동료를 위해 적정 구간을 소화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고 똑같이 훈련받지만 1위는 절대 할 수 없다. 남을 위해 자기 자신을 헌신하는 것, 그것이 ‘페이스메이커’의 임무이고 목표다.

1월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김달중 감독의 ‘페이스메이커’는 그동안 1인자 앞에서 묵묵히 달려온 ‘페이스메이커’ 주만호(김명민)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다른 선수만을 위해 존재했던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 느끼고 마라톤 완주를 위해 달리는 한 마라토너의 이야기는 우울했던 어린 시절과 참담한 현실과 결부돼 매우 진하게 다가온다.

17년 동안 뮤지컬 계에 몸 담아온 김달중 감독은 자신의 첫 영화 데뷔작인 ‘페이스메이커’를 통해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재는 낯설지만 이야기는 특별함이 아닌 보편성에 기초한다. 그래서 주만호의 이야기는 굳이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를 통하지 않더라도 관객에게 전달된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지 못했던 남자가 본인이 잘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었던 것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은 그대로 감동이다. 30km만을 달려왔던 페이스메이커에게 남은 12.195km는 미지의 세계이자 판타지적 존재다. 주만호의 마라톤 완주는 스포츠 이전에 인간의 도전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페이스메이커’는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리뷰] 당신의 ‘페이스메이커’는 누구입니까?
‘페이스메이커’의 깊은 울림은 단어 자체가 가진 이중성과 가족애에서 온다. 누군가를 위한 헌신,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라는 단어는 가족과 맞물리며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소재가 됐다. 나의 페이스메이커는 누구이고, 그 누군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 ‘페이스메이커’가 가진 진짜 힘이다.

주만호를 연기한 김명민의 연기는 칭찬을 들을 만 하다. 극중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인공치아까지 끼운 김명민의 모습에서 우스꽝스러움은 찾을 수 없다. 영화 ‘페이스메이커’ 속 김명민에게는 평생을 남에게 헌신해온 늙고 몸이 성치 않은 마라토너 주만호 만이 있을 뿐이다. 지속적인 연기 변신에도 이정도 완성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명민은 자신의 ‘페이스메이커’가 누구냐는 질문에 “내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지인들이다”라고 답했다. 함께 연기한 고아라는 자신의 부모님이라 했고 안성기는 아내를 언급했다. ‘페이스메이커’는 누구에게나 있다. 삶이라는 매우 긴 마라톤은 혼자서는 완주하기 힘들다. 좋은 기록을 위해서는 더 그렇다.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자신의 주변에 있을 나의 ‘페이스메이커’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1월19일 개봉예정 (사진제공: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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