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정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물 원해"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7일 전격적으로 차기 회장 불출마 선언했다.

황 회장은 이날 오후 금투협 기자실에서 긴급 회견을 통해 "불출마는 오랜 전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능력있고 참신한 분이 나와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며 용퇴할 의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용퇴가 `아름다운 퇴장'과 같은 선례가 되길 바랬다.

황회장은 그동안 대안부재론을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번 불출마는 무엇보다 4연임 도전이 장기집권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적 시각이 무엇보다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 회장의 이번 거취 표명으로 그동안 물밑행보를 해오던 유력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 3명과 외부인사 2명으로 이뤄지는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달 중순께 차기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유력한 차기 금투협 회장 후보로는 정의동 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회장과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부회장, 박종수 전 대우증권 사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코스닥위원장과 증권예탁원 사장을 거쳐 관계와 업계에 두루 밝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 동양증권 부회장은 동양증권 사장과 동양메이저와 동양시멘트 사장 등 금융업계와 제조업체 사장을 두루 거쳤다.

전 부회장은 차기 금투협 회장 선거를 가장 일찍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우증권 사장은 증권업협회 부회장과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한 그야말로 업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헝가리 대우은행장을 지내 국제업무에도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 LIG투자증권 사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기회장의 급선무는 무엇보다 투자자 신뢰회복이 될 것으로 봤다.

차기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주식워런트증권(ELW)과 불완전 판매, 수수료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어수선한 국면을 바로잡고 업계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들은 또 차기 회장의 최대과제는 한국 금융산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회장은 금융산업에 정통하고 업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이들은 말했다.

금투협 차기선거에서는 출신이 `관(官)'이냐 `민(民)'이냐도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연말에 새롭게 교체된 금융권 민간협회 회장 자리가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모피아'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장에 박병원 전 청와대 행정수석(행정고시 17회), 생명보험협회장에 김규복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행시 15회)이 각각 선임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옛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자본시장 3개 협회가 합쳐져 2009년 2월 출범했다.

금투협은 연간 예산 규모가 600억원을 웃도는 공룡협회로 규모가 금융권에서 가장 크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이율 신재우 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