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우파 야당 압승…공무원 감원 등 긴축 가속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 20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결과,중도우파 야당인 국민당(PP)이 압승을 거뒀다. 새 정권은 청년 실업률 45%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인 재정적자 비율을 당장 끌어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연금과 건강보험 그리고 교육 분야는 손대지 않겠다고 밝혀 위기 극복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 등은 "마리아노 라호이 당수가 이끄는 중도우파의 국민당이 44% 득표율로 총 350석 중 186석을 확보,안정적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은 의석 수를 32석이나 늘리면서 7년 반 만에 사회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국민당 사무총장은 "국민당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을 획득한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스페인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전 국가에서 정권이 교체되게 됐다.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라호이 당수는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스페인이 경제위기에서 곧장 빠져나오는 기적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유럽에서 다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지방정부와 협의해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라호이 당수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연금과 건강보험,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라호이 당수는 즉각 조각구성 작업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스페인 정치사 최대 압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라호이 당수와 국민당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스페인 새 정부는 당장 7%에 육박하는 국채 금리를 짧은 기간 안에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공공지출을 축소하는 동시에 21.5%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스페인에서 청년 실업률은 45%에 달해 청년 2명 중 1명은 실업자 신세이고,1400만가구가 무직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해 GDP 대비 9.2%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GDP 대비 6%,내년에는 4.4%로 낮추는 것도 매우 벅찬 과제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실업이 늘고 추가 경기침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라호이 차기 총리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가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