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냐" 속옷 안 사고…"방세 절약" 동거 늘어
"누가 보냐" 속옷 안 사고…"방세 절약" 동거 늘어
"남성 속옷 판매가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다. "

2009년 8월31일 워싱턴포스트는 '유용한 지표,남성 속옷 판매'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경기 판단의 지표로 활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린스펀의 남성 속옷 지표는 그가 쓴 '격동의 시대'란 책에서 처음 소개됐다. 실제 이 기사가 나온 2009년 3분기에 미국 경제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멈추고 플러스로 돌아섰다. 불황 때는 반대로 남성들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부터 줄이기 때문에 속옷 판매가 감소한다는 논리다.

미국 경제전문 인터넷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남성 속옷 판매 감소,사탕 소비 증가 등 불황 때 나타나는 소비 트렌드 12가지를 모아 소개했다.

음주 운전은 불황 때 감소한다. 애주가들이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음주 운전 발생률이 급감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음주 운전 발생률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이전인 2006년에 비하면 30%나 감소한 것이다.

소비가 줄어드는 대표적 항목은 1회용 기저귀다. 유아용품은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감소하고 있다. 미 조사업체 컨슈머에지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기저귀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3%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년에 평균 1500달러(170만원)를 들여 1회용 기저귀를 사는 대신 천으로 된 기저귀를 쓰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기 위해 저렴한 넥타이도 많이 찾기 시작했다. 장롱 안에 넣어두었던 금 · 은은 물론이고 명품을 내다파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전당포 수도 늘고 있다.

불황은 연애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장거리 연애나 주말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거주지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해고를 당해 다른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는 이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혼전 동거도 증가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동거를 하는 이들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750만명을 기록했다. 따로 방을 얻어 사는 것보다 동거가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적은 돈으로 기분 전환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탕 소비와 미장원 고객,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난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절도 등 재산관련 범죄는 줄어든다. 경기악화로 빼앗을 것조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