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애완동물 등록제
아들 내외와 함께 살던 노인이 마당의 개집에 들어가 농성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식구들에게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렇다면 물려준 재산 1억원을 몽땅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들 내외가 앞으론 잘 모시겠다며 싹싹 빌고 나서야 노인은 농성을 풀었다.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제 애완견은 가족의 일원이다. 집안 서열이 엄마가 맨 위고 그 다음은 아이,그리고 애완견,맨 마지막이 아빠라는 우스개도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을 꺼낼 것도 없다. 요즘엔 늘어진 팔자 이상으로 호강하는 개들도 많다. 형형색색으로 손질된 털과 앙증맞은 옷,액세서리는 기본이다. 전용 유모차에 늠름하게 올라앉아 산책을 즐기는 견공(犬公)도 자주 보인다. 먹이도 보통을 넘는다. 고구마 단호박 홍당무 브로콜리 등으로 만든 무염분 치즈케이크,닭 가슴살,연어,토마토 말랭이 등 사람도 먹기 어려운 건강식까지 나와 있다. 미국에선 애완동물만 타는 비행기가 등장했고,두바이의 한 리조트에선 애완동물용 고급호텔이 문을 열었다. 전용 수영장과 의료시설,트레이너가 배치된 헬스장,비만 방지 훈련소 등을 갖췄다. 하루 105달러짜리 로열 스위트룸에는 개별 집사와 리무진까지 딸려 있단다.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1983년 애완동물(pet)을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부르자는 제안을 했다. 애완동물이라 하면 사람의 장난감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명칭이야 어떻든 동물에게 정을 주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800여만명이 개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각종 동물을 기른다. 시장 규모가 연 2조원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버려지는 동물들이 적지 않다는 거다. 필요할 땐 애지중지하다 형편이 나빠지면 내다버린다. 작년 한 해 버려진 동물만 10만 마리에 달했다. 이들을 보호하고 안락사시키는 데 들어간 세금만 1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가 2013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생후 3개월이 넘은 애완견은 의무 등록 대상이다. 등록 분실 실종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법을 따질 것도 없다. 좋은 음식 먹이고 예쁜 옷 입히는 것도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건 한결 같은 관심이다. 서로 의지가 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