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름다운 사람
당신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 안에 있는/몇 가지 이야기 때문입니다//언젠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지요/그 사랑의 아름다움이 당신 안에 남아있는 한/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중략) 언젠가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설레었지요/그 설렘이 당신 안에 남아있는 한/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정용철,'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들었던 시입니다. 이 시에는 '따뜻한 손길','뜨거운 눈물',그리고 '겸손'과 '다짐' 같은 시구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언어들이지요. 지난달 하순 우리는 아름다운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바로 중국집 배달원으로 번 적은 수입을 쪼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왔던 고(故) 김우수 씨의 이야기입니다. 고인이 도움을 줬던 '어린이 재단' 홈페이지에는 "나눔 앞에서 가난은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생(生)의 마지막까지 사랑을 배달한 고 김우수 후원자님"이란 글이 고인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지막 사진과 함께 올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회사에 많은 손해를 끼치고 몸서리쳐지는 배신을 하고 떠난 가까웠던 후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치미는 증오감과 허망함에 휩싸여 속절없이 소주잔만 기울이고 있었지요. 그러다 문득 뉴스를 통해 아름다운 배달원의 슬픈 소식이 제 가슴에 날아와 박혔습니다.

순간 어찌나 제 자신이 부끄럽던지요. 쥐면 한움큼도 되지 않는 세속 물질의 부질없음과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온 제 정신생활의 빈곤이 그야말로 태풍 끝 해일처럼 제 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아름다운 이를 마음 깊이 사랑하기로 했으며,흔들리는 제 주위의 모든 것들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들이 있어 아직은 살아볼 만하다며 우리네 평범한 인생을 마음 속으로부터 찬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이의 맑은 영혼이 저승에서도 생명의 광휘(光輝)로 남아 우리의 신산한 삶을 따뜻하게 비쳐줄 것을 기도했습니다.

사람들은 얼마 가지 않아 이 아름다운 사람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란 게 너무 번잡하고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또 다른 아름다운 이가 우리에게 나타나 심금을 울리게 될지도 모르고요. 그러면 또 우리는 며칠쯤 떠들썩하게 그에 대해 이야기하며 칭송하다가 곧 그만둘 테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내 자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말입니다. 길을 잃고 애처롭게 울고 서 있는 어린아이의 작은 손을 꼭 쥐어주는 것부터 말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선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마도 이 세상은 좀 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가을이 깊어만 갑니다. 모든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한지훈 < 이노패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 jhhan@innopathint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