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청년일자리 창출이 '공생사회' 이끈다
한진중공업 국회 청문회가 조남호 회장 조리돌림으로 끝났으나 선박건조 필수장비인 크레인 점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대선 차점자인 제1야당 최고위원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현안이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해고는 살인'이라는 주장은 직장이 없으면 목숨조차 없다는 뜻으로,이는 생애 첫 직장을 못 잡고 방황하는 청년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할 비수를 내포하고 있다.

노동법에 따라 법원이 적법으로 판결한 정리해고를 무산시키려는 크레인 점거와 전세버스 시위에 이어 정치권의 무차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십만 청년실업자는 놔두고 94명의 남은 미처리 해고자에게 매달리는 정치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고용을 늘렸다가는 조 회장꼴이 된다"는 말이 돌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통계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우선 군복무 중인 청년이 제외됐고 사실상 실업상태인 국가고시 준비생도 빠졌다. 고등학교 졸업으로는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으로 몰리는 진학률 거품과 높은 휴학생 비율도 본질은 실업문제다. 이런 요인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청년고용은 바닥 수준임이 분명하다. 청년이 생애 첫 직장잡기에 실패해 구직을 단념하기에 이르면 노동인구에 끼어 보지도 못하고 사회적 부담으로 전락하게 된다.

청년실업은 교육제도의 난맥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진학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직업교육 기반을 상실했으며 대학교육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학사관리도 부실했다.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 졸업생 진로를 탄탄히 유지하는 각 대학 의학계열과 KAIST의 성과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학생 눈치 살피느라 과제물은 대폭 줄고 학점은 점점 후해지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성토하면서도 학생들의 강의 시간 결석과 지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제물과 학점관리를 엄격히 유지하면 휴강을 한 번도 안 한 교수에 대해서도 휴강이 많다며 최저 점수를 부여하는 학생들의 무고성 강의평가도 생기고 있다. 대학마다 강력한 학사 개혁을 통해 공부하는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정치권의 소위 반값 등록금 정쟁(政爭)도 가관이다. 세계 각국 대학생들이 날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학기 말 시험 기간에 대학생을 불러 모아 야간시위를 벌이는 야당이나 기말고사 당일에 학생 대표를 소집해 회의를 개최하는 여당 모두 난장판이다. 기말시험은 안중에도 없는 일부 학생과 이런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교수의 책임이 더 크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의 신규채용을 들볶을 것이 아니라 경영상 위기 타개를 위한 정리해고 등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한 법제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 투자 관련 규제도 과감히 혁파하고 법인세도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증대에는 효과적이지만 일자리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므로 고용 증대와 연계한 고용세액공제로 개편해 운영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공생발전의 최우선 과제다. 청년의 생애 첫 취업에 대해서는 2년 정도 통상 수준 급여의 절반은 고용세액공제로 지원해 주는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행하면 세수 감소는 그 다음해부터 단계적으로 발생하는데 신규로 채용된 청년들에 의해 생산성이 개선되면 세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노동계의 기득권 보호에 막혀 청년 일자리를 뚫고 나가지 못하면 청년을 포용하는 공생발전은 불가능하다. 영국,스페인,칠레 및 중동 국가에서 청년들의 분노 폭발이 보여주듯이 청년의 좌절은 공멸(共滅)로 이어질 수 있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으로 '항아리'형으로 왜곡돼 있는 공공기관의 임금구조도 '피라미드'형으로 개편하도록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중점 반영해 자발적 구조조정에 의한 신규 채용을 유도해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야 따뜻한 공생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