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주장했다. 누더기가 돼버린 종부세를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자던 보름 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고 최고위원의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개선’에 방점을 둔 박 원내대표와 달리 ‘폐지’를 주장한 점이 전향적이다.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박 원내대표가 바로 발을 뺀 것과 달리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재차 확인한 점도 고무적이다. ‘종부세 정당’ 민주당 내에서조차 종부세 반대가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민주당 강경파는 고 최고위원에게 “국힘으로 가라”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하지만 종부세가 없으면 투기가 판칠 것이라는 그들 주장은 오래전에 낭설로 판명 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부세 한 번 내보라”며 2005년 호기롭게 종부세를 도입했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은 과열로 치달았다. 1년도 안 돼 종부세를 더 강화하며 대처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종부세율을 높이자 집값이 역대급으로 폭등해 자산 불평등이 확대된 것을 또렷이 목격했다.

종부세는 외려 중산층과 무주택 서민을 때렸다. 보유세 증가는 “전세보증금을 29.2~30.1%, 월세는 46.7~47.3% 밀어 올려 임차인에게 전가된다”(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팀)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어느 선진국에도 종부세가 없는 이유일 것이다. 프랑스에 부유세가 있지만 ‘순자산’이 과표인 데다 최고 세율도 우리 종부세의 4분의 1 수준이라 단순 비교는 무리다.

종부세는 정상적 세금이라기보다 징벌에 가깝다. 오죽하면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위헌소송에 뛰어들었겠나. 전 국세청장·법제처장 등 종부세 폐지에 앞장선 법률 전문가가 부지기수다. 민주당에서도 종부세 부작용을 걱정하는 마당에 정부·여당의 의지박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지만 미봉책 외에 보여준게 없다. 지금이야말로 ‘갈라파고스 종부세’를 바로잡을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