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실패한 폭동 선동에 중형…찬반 갈려

영국 폭동의 와중에 페이스북에 과격한 선동문구를 올린 젊은이 2명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되면서 양형의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잉글랜드 체스터 지방법원은 16일 페이스북에 폭동을 선동하고 특정 장소에 집결하라는 글을 띄운 혐의로 기소된 조던 블랙쇼(20)와 페리 서트클리프-키넌(22)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 했다.

블랙쇼는 "노스위치를 박살내자"면서 시내 패스트푸드점에 집결하라는 글을 올렸다.

서트클리프-키넌은 "래치퍼드에서 폭동을 일으키자"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가 다음날 삭제했다.

물론 이들의 계획은 페이스북을 모니터링하던 경찰에 적발돼 실행되지 못했지만 경찰이 출동하고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등 혼란을 야기했다.

엘건 에드워즈 판사는 "집단적인 광란이 벌어질 때 폭력을 선동하는 사악한 행동을 했다"면서 "이번 선고가 다른 사람들의 충동 범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실행되지도 않았는데 4년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자유민주당 톰 브레이크 의원은 17일 BBC에 출연해 "양형은 응징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들이 폭동이 발생하기 전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다른 형량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폴 멘델도 "피고인들이 오래 징역을 살게 되면 일자리를 잃고 더큰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그들이 당초 저질렀던 범죄 보다 큰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폴 플린 의원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양형 기준이 무시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공포스런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형벌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온 캠페인 단체인 `호워드 리그'의 앤드루 닐슨은 "징역 4년형은 누군가를 날카로운 흉기로 상해를 입혔거나 성추행을 한 경우에 내려진다"면서 "지나친 중형은 항소로 이어져 재판 비용만 상승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폭동 가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에릭 피클스 지역사회 담당 장관은 "무질서를 야기한데 따른 결과가 어떠한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공공의 안녕을 위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중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셔 경찰서의 필 톰슨 부서장은 "바로 지난주에 페이스북이 폭동을 확산시키고 사람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4년 징역형이 이해가 간다"고 옹호했다.

보수당의 마고 제임스 의원도 "피고인들이 우리가 거리에서 봤던 엄청난 혼란을 조직하려고 시도했다"면서 "이는 인명을 빼앗아 갈 수도 있고 최소한 경찰에게 많은 혼란을 줬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형량이 항소심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존 쿠퍼 변호사는 "양형에는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폭동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양형 기준이 적힌 책자를 던져 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찰은 6일밤부터 9일밤까지 벌어진 폭동과 관련해 지금까지 2천77명을 체포해 1천277명을 기소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