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ssessment Center · 평가센터)는 글로벌하게 적용되고 있는 인재 선발 방법론이다. 구체적으로 AC를 갖춘다는 것은 3대 요소인 평가요소,평가도구,평가사를 갖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평가요소를 다루기에 앞서 성과와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방어율 3.83,20경기에 출장해서 9승7패,피안타 91,피홈런 12,4사구 38,탈삼진 118,실점 51,자책점 47'.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류현진 투수의 기록이다. 여기서 기록 전체가 류현진 투수가 보여준 성과(performance)를 의미하며,각각의 항목은 투수라는 직무의 성과 지표다.

성과는 조직의 성장 발전을 위해 자신의 직무 수행을 통해 끌어내야 하는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투수는 안타를 덜 맞고 4사구를 덜 내주는 대신 삼진을 많이 뽑아내고,방어율을 낮게 유지해서 많은 승수를 올려야 한다. 그런 투수가 높은 성과를 내는 A급 인재다.

오늘날 경영은 성과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영업부서에서 생산부서까지,최고경영자(CEO)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모든 직무와 직책을 수행하면서 조직의 성장 발전을 위해 창출해줘야 하는 성과가 있다. 개인이 성과책임(accountability)을 다해야 하고,관리자가 성과목표관리(MBO)를 잘 해야 하고,조직은 핵심성과지표(KPI)와 균형성과표(BSC)를 갖고 조직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할 때 모든 경영 활동은 성과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역량(competency)이란 '성과를 예측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 행동적 특성'이다. 1973년 하버드대 행동심리학 교수였던 맥클리랜드(D.C.McClleland)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시험과 같은 필기시험,또는 지능검사(IQ) 등을 통해 측정한 지적 능력 정도가 입사 후 업무 성과나 조직 적응 정도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역량'의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학자에 따라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핵심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행동 유발 특성이다.

(도표 1) 역량의 빙산모델은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모델이다.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역량은 스킬 · 지식과 같이 눈에 보이는 요소에서부터 가치관 동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망라한다. 보통 의과대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스킬과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의사로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체 구조에 대한 지식과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식과 재주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역량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거나,완치되는 것을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끼는 식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동기 · 가치관 같은 것이 어우러질 때 훌륭한 의사에 부합하는 역량을 보여주게 된다. 투수의 역량을 보더라도 안타를 덜 맞기 위해서는 야구 규칙에 대한 풍부한 지식,어깨와 손가락의 근육이 발달해 좋은 볼을 던지는 능력,상대 타자와 심판의 판정 성향 등에 대한 이해,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훌륭한 의사 또는 탁월한 투수가 높은 성과를 내는데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가를 밝혀내고 정의하는 절차를 '역량 모델링'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어떤 직무에서 고성과를 내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이 도출되면 그 같은 역량을 어떤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하면 될 것이다.

과연 어떤 평가 요소를 갖고 대상자인 직원을 검증할 때 요구 역량을 갖춘 가장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 가능해질까. 어떤 사람이 그 직무에 딱 맞고,일 잘하고,잘 적응할 사람인가의 여부는 그 사람의 지식 수준과 기술 숙련도,행동 특성,조직 적합성,심리적 특성 등을 파악하면 알 수 있다.

AC 방법에서는 이들 네 가지 요소를 평가 요소(dimensions)라고 부른다. (도표 2) 첫째,지식 기술 요소는 말 그대로 해당 직무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일반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다. 전공 관련 전문 지식이나 시사 상식,한글 맞춤법,도구나 기계,재료 등을 생산하고 다루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둘째,행동 요소는 조직 내 특정 직무나 역할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개인적 특질 중 지속적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다. AC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핵심 평가 요소다.

셋째,조직 적합성은 이직 의도,직무 만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알아내는 것이다. 입사 후 맡게 될 직무의 특성,업무 환경,조직 가치 및 문화 등과 개인의 가치관이나 태도,흥미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 간의 적합한 정도,즉 '궁합'을 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요소는 인성(성격)이나 태도,적성 등 직접적인 관찰이 어려운 내면적인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주로 몇 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것과 달리 직업 현장에서의 인성 요인은 책임감,성실성,열정,창의성,배려,도전정신 등 다수의 요인을 포함하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보험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돼 영업 사원을 선발한다고 가정해 보자.먼저 보험회사 영업직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보험상품 관련 지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보험회사 영업직의 특성상 보험상품과 관련된 지식이나 자사 보험상품의 특징을 줄줄이 외우고 있어야겠지만,이는 입사 후 교육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도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데 유리한 심리학적 지식을 풍부하게 갖춘 사람을 뽑아서 보험상품 지식을 교육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행동 요소에서는 실제 자동차 영업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고객 응대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설득력,고객 지향적 사고 등과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주요 타깃 고객 영업 전략을 수립해 낼 수 있는 분석력,전략적 사고 등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조직 적합성 요소에서는 영업직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주로 외근이 많고,발품을 팔아야 하며,일정 기본급보다는 자기 실적에 따른 판매 수당의 비중이 높다는 것 등의 업무 특성과 그 사람의 가치관(외근 선호,앉아서 하는 일보다 동적인 일 선호,성과에 따른 보상 선호)이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심리적 요인에서는 고객에 대한 책임감,성실성,고객 불만에 대응하는 스트레스 내성,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끈기와 도전정신 등 인성 요인과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고 수치를 잘 다루는 등의 적성 요인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AC 방법에서 평가 요소가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요소들에 따라 인재를 선발할 때 비로소 타당도가 높은 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토익과 같은 영어 시험점수를 선발 기준으로 삼으려면 입사 후 업무 처리 상황에서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능숙한 영어 실력이 필요한 직무여야 하는 것은 물론,예전에 선발한 신입사원 중 영어 성적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회사 내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통계적 증거자료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무 오르기를 오리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다람쥐에게 가르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입사 후 교육에서 다룰 문제이지만,적어도 선발 과정에서는 오리보다 다람쥐를 많이 채용하는 것이 목표이고 목적이 돼야 한다.

누가 오리이고 누가 다람쥐인가를 구분하기 위한 명확한 구분 설정,그것이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첫걸음이다.

박재림 하우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