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350㎞ 정도 떨어진 러 · 북한 국경 인근 크라스키노 지역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광복회와 안중근 의사가 다른 동지 11명과 함께 손가락을 잘라 독립운동에 헌신할 것을 다짐한 '단지(斷指)동맹'을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이었다. 이 지역은 한국기업 유니베라(옛 남양알로에) 현지농장이 있는 곳으로,유니베라는 이 행사에 4억원을 지원했다.

일제강점 36년에 종지부를 찍고 독립 국가로서 광복을 맞이한 지 66년,15일 광복절을 계기로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사업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기업은 식음료업체인 빙그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라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김호연 전 회장은 김구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인 김미 씨는 김구 선생의 둘째 아들로 공군참모총장을 거쳐 주중대사,교통부 장관(21대)을 지낸 김신 씨의 딸이다.

1993년부터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빙그레와 김구재단은 지난달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미 한국 · 한글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백범일지 교육안 공모대회 시상식을 가졌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 본격적인 백범일지 알리기에 앞서 한국 · 한글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백범일지 교육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 2009년에는 미국 브라운대에 김구도서관을 설립해 국내 독립운동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형제기업인 한화그룹의 갤러리아 백화점이 15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기금 마련 바자'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광복회에 기증하기로 하고,충남 천안 갤러리아 센터시티에서 이달 말까지 무궁화 전시회를 갖는 것도 빙그레의 독립유공자 지원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2007년부터 직원들의 승진시험 과목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롯데그룹도 독립운동 기념사업을 적극 지원한다. 롯데백화점은 12~18일 전국 29개 점포에서 '나라사랑 대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을 기부한다. 같은 기간 서울 소공동 본점에선 유명인들의 소장품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념사업회에 전할 예정이다. 지난 8일엔 '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에 기부금 1억원을 전달했다. 정승인 마케팅본부장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무료 창업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 인정받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현재 2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 고객들이 기부한 포인트가 일정 금액 이상 모이면 독립유공자 가정에 현금 형태로 전달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있는 김구 선생 피난처 보존 사업 등 임시정부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동민/임현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