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당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4일 오후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남경필 홍준표 권영세 박진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이하 선수.가나다순) 의원 등 7명의 후보는 전당대회장에서 당권 획득과 지도부 진입을 위해 전대 대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한표를 호소했다.

=당권주자 7인 등장으로 전대 분위기 고조=

0..유정현, 이정선 의원의 사회로 오후 2시 막이 오른 전당대회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대위원장 등 당직자들이 입장한데 이어 7명의 당권주자들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당직자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다 함께 손을 맞잡고 전대 대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관중석에서는 지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날 행사에는 16개 시도의 전대 대의원들을 포함해 참관인과 진행요원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과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 자유선진당 김창수 사무총장,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대표 대행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독일ㆍ터키ㆍ브라질 대사를 비롯해 44개국 주한외교사절단과 각국 상공회의소 대표들, 국제기관 대표들도 참석했다.

한편 이날 전대는 지난 2일 전국위원회에서 사퇴한 이해봉 전국위의장의 자리를 이어 허천 전국위 부의장이 전당대회 의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전국위를 통과한 당헌 개정안은 표결없이 박수와 대의원들의 동의로 추인됐다.

=박근혜 "두번째 표 누구 줄거냐"에 `웃음'..이상득 "전대 중립"

0..2시15분께 올림픽체조경기장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표는 "두번째 표는 누구한테 줄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면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역시 여권의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도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전대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현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나는 이번 전대에서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누구를 선택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스 `빼곡', 대형 스크린은 기본..18m 중장비도 동원=

0..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각 후보측 선거운동이 치열했다.

대회 개막 두 시간 이전부터 올림픽체조경기장 주변에는 3천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홍준표 후보측은 대형 스크린과 앰프가 달린 선거차량도 모자라 18m나 되는 대형 휘장을 게시할 수 있는 `스카이'라는 장비를 끌고 와 지지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은 광장 한편에 무대를 설치하고 난타 공연과 청년 선거인단을 이용한 선전전을 벌였다.

유승민 후보측은 밴드 행진과 재즈 피아노 연주를 동원했고,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은 `한나라 지킴이'라며 나 후보를 잔 다르크에 비유하는 내용이 든 피켓을 들고 농악을 울려 눈길을 끌었다.

남경필, 권영세, 박진 후보측도 대열을 짓고 광장을 돌며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한편 각 후보측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빚어졌다.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이 전대 시작 1시간여 전 중앙무대가 잘 보이는 50여개 좌석에 응원도구 등을 걸쳐 놓자 유승민 후보측 지지자들이 "자리를 맡아 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7인 전대후보 `사자후'..대의원 표심 공략=

0.. 전대의 열기는 당권 도전에 나선 후보 7명의 정견발표에서 절정을 달했다.

첫 주자로 나선 남경필 후보는 "`대기업 때리기다, 포퓰리즘이다'라는 공격이 들어오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대기업의 탐욕으로부터 중소기업, 중산층, 골목상권을 지켜내겠다"며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어내 잃어버린 500만표를 찾아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희룡 후보는 "40대 당대표를 세워서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이상의 승부수가 있느냐"며 자신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언급, "두 마리 토끼를 못잡는다.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20-30대의 지지를 얻고 유승민 후보와 힘을 합쳐 친이ㆍ친박을 없애면서 총선ㆍ대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 총리와 장관들이 더이상 병역면제, 탈세, 부동산 투기를 못하게 하고 내년 공천에도 반영하겠다"면서 "서민들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과연 누구냐. 저는 서민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진 후보는 "한나라당이 짝퉁 민주당이 돼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건전한 보수세력 결집은 계파없는 저만이 해낼수 있다"며 "당대표가 되면 사무총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핵심 당직에 소외된 인사를 기용하며 젊은 청년이 당의 문을 두드리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공약했다.

권영세 후보는 "한나라당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천막정신이며 그것이 바로 개혁"이라면서 "공작정치, 공천협박도 부족해 원색적 인식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는데 천막정신으로 대의원 혁명을 일으켜 `짝퉁 천막', `짝퉁 개혁' 세력을 확실히 몰아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혁명을 하자. 대충대충, 그럭저럭 하려고 출마한게 아니고 당이 얼굴과 노선과 정책을 바꾸고 민심을 되찾을 때까지 바꾸고 또 바꾸기 위해서 출마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서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수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순서의 나경원 후보는 "과감하지만 정직한 개혁으로 성공한 정권, 기득권에 안주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책임지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공천개혁을 완성해 계파싸움을 끝내고, 제가 아픔을 아는 정치인인만큼 소외되고 낙오된 이들과 함께 하는 건강한 개혁을 만들겠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환호와 함성으로 전대장은 용광로=

0..7천여명이 운집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거대한 용광로를 방불케 했다.

후보들이 연설이 나설 때마다 전대장은 청중석을 빽빽이 채운 대의원 및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이들은 지지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수시로 박수를 보내거나, 플래카드와 깃발을 흔들며 이름을 연호하는 등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북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로 흥을 돋웠다.

등단한 후보들도 이들에게 큰 절로 인사하거나, 두 팔을 한껏 들어 흔들며 화답했다.

유승민 후보가 "원희룡 후보도 친이ㆍ친박 화해하자고 한다. 좋다. 화끈하게 하자"고 말하자 원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잠시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 경쟁 후보에 날선 비판 =

0..정견발표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는 발언도 두드러졌다. 원 후보는 자신의 병역면제에 대해 "가난한 어린시절 아버지가 끄는 리어카에 올라탔다가 바퀴에 끼어 발가락이 잘렸으나 시골 무자격 의사가 붙였고 발가락은 기형이 됐다"면서 "남의 신체부위를 갖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친박의 유 후보는 "과연 누가 박근혜 전 대표를 지키겠느냐. `유신잔당, 독불장군'이라고 탈당하라고 하던 분이 전대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지키겠다고 하면 여러분은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권 후보는 "수도권이 무너지고 정권이 넘어가려는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전임 (지도부) 3명이 또 나온다고 한다"며 "이중 하나가 당대표로 나오면 반성없는 무책임한 당이라고 오늘 석간부터 내일 조간까지 깔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홍 후보는 "제가 후보 중 맏형인데 다른 여섯 후보는 기회가 또 있지만 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지원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 박근혜 "누구 찍었냐"는 질문에 "비밀"=

0..박근혜 전 대표는 유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체조경기장 동편 2층 청중석에서 정해걸, 조원진, 이학재 의원 등과 함께 연설을 참관하다가 대의원 투표 시작 30여분 후인 4시40분께 1층 투표소로 이동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유 후보의 부인이 인사하러 좌석으로 찾아오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투표소로 향하는 박 전 대표를 에워싼 지지자들을 제치고 접근하느라 주변이 한순간 `아수라장'처럼 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색 블라우스 차림의 박 전 대표는 주민등록증 검사와 지문검사를 하는 투표진행요원에게 웃음을 건네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투표 후 기자들이 "누구를 찍었는가"라고 묻자 웃음 띈 얼굴로 "그것은 비밀이죠"라고만 말한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좌석으로 찾아온 유 후보와 악수를 나눴다.

== 당대표 확정 홍준표, 감개무량한 듯 무표정 =

0..선거인단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기 5분여 전부터 전대장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일부 언론을 통해 선거 결과가 보도되면서 홍 후보, 유 후보, 나 후보의 지지자들이 몰린 청중석이 들썩인 것.

김수한 선관위원장이 오후 6시2분 개표결과와 함께 "홍준표 후보가 당선됐음을 선포한다"고 공표하자 전대장은 팡파레가 터지고 금색 종이가루가 흩뿌려지며 일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단상 앞으로 걸어나와 대의원들에게 인사한 홍 후보는 웃지 않았다. 감개무량한 듯 표정없는 얼굴로 쏟아지는 축하인사를 받아들였다.

와이셔츠 차림의 다른 후보들도 차례로 청중에게 인사한 뒤 서로 포옹하며 축하를 나눴다.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홍 후보는 수락연설에 앞서 큰 절을 했다.

그가 "조선소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채로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보여줬다"며 "치열했던 변방 정신을 잊지 않고 내년 총선, 대선에서 압승하겠다"고 말하자 전대장은 또다시 함성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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