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주의보'가 내려졌다.

미국 증시에 우회 상장(Reverse Merger.逆인수합병)방식으로 주식을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회계부정 등의 혐의가 적발돼 주가가 폭락하고 매매 거래가 중단되거나 상장이 폐지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미국 증시에 우회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부정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10월 NYSE 유로넥스트의 미국증권거래소(ASE)에 우회 상장된 차이나 미디어익스프레스 홀딩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중국에서 버스의 비디오 스크린에 광고를 제공하는 이 업체는 급속한 성장과 이익 증가로 한때 시장에서 수 천만 달러의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보석주'로 취급받기도 했고 작년 6월엔 나스닥에 상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매출과 이익규모가 이상하게 많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투자자문사들이 이 업체의 사업규모와 회계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이 업체의 주가가 50%나 급락해 4억달러 가량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난 뒤 지난 3월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고 지난달에는 상장이 폐지됐다.

이 업체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는 미공개 은행계좌와 대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회계감사를 거부했고 보험ㆍ투자회사 스타 인터내셔널은 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WSJ는 비상장업체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실한 상장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상장하는 우회 상장의 경우 전통적인 기업공개(IPO)보다 재무 상황 공개 등의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했다.

더구나 중국업체들은 대부분 본사와 임원진이 중국에 있고 SEC의 관할권은 중국까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업체에 대한 감독과 규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EC도 지난 9일 이런 우회상장 기업의 사기와 부정 사례가 있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 주식에 투자를 고려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