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6000억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고인들의 첫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형사24부(부장판사 염기창)가 재판을 시작하기 전부터 마칠 때까지 방청객들의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재판이 여러 번 중단되기도 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 대주주 · 임직원을 비롯한 피고인 21명 중 일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박연호 물러나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원 50여명은 재판이 시작되기 6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재판장 앞쪽에 진을 치고 앉았다. 부산에서 온 장여엽 씨(60)는 "광고 전단지를 돌리고 농사를 지으며 평생 모은 돈을 넣었다"며 "이번 피해로 전세금이 없어 아들 결혼도 가을로 미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속기소된 박 회장 등 피고인들이 법정에 출두하자 피해자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박연호 물러나라.내 돈 토해내라.죗값을 받아라"고 고함을 질렀다. 박 회장이 작은 목소리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말하고 앉자,"뭐가 두려워 크게 얘기하지도 못하냐"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박 회장 혐의 대부분 부인

박 회장 측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분식회계,부당대출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부산1 · 2저축은행에서 다른 업체에 대출해주는 명목으로 44억5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은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다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등 나머지 대주주들도 "혐의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나 재판을 통해 비리 관여 정도 등 세부적 항목을 다투겠다"고 말했다.

◆"내 돈 토해내라!"오열 후 탈진

오후 2시40분 "재판이 끝났으니 방청객들은 퇴장해주십시오." 방송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노인 방청객들은 경위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나 좀 살려주세요"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음바다가 된 법정에는 탈진해서 쓰러진 이도 있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피해자 최태훈 씨(50)는 "내가 평생 모은 피 같은 돈으로 피고인들이 변호인을 2~3명씩 붙여 놓은 걸 보니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반드시 피해액을 되찾을 것"이라며 재판장을 떠났다. 이들은 또 박 회장 등 핵심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며 변호인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바른 관계자는 "변호인 4명의 사임계를 내일(27일) 정식으로 재판부에 제출하고 박 회장 등에 대한 변호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