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와증권은 지난 20일 화학주에 대해 '매도'의견을 냈다.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이유에서였다. 잘나가던 화학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호남석유화학은 장중 7%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지난달 26일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25만7000원.전날 고려아연 주가(48만7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6.1%,다음날도 6.4% 뒷걸음질쳤다.

한동안 뜸했던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다시 등장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기업의 가치와 주가 수준을 판단해 매도의견을 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이 정말 순수한 것이냐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매도보고서에 주가가 하락해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을 빌려서 파는,공(空)매도를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가가 떨어진 다음 주식을 싸게 사서 갚으면 그 차액을 얻을 수 있다. 다이와증권이 화학주에 매도의견을 내놓은 날 호남석유화학의 공매도 금액은 79억원이었다. 17일 공매도 물량은 342억원어치로 전체의 32%에 달했다.

틈만 나면 매도 보고서가 나오는 종목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동국제강에 대해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 증권사는 작년 5월에도 '매도',11월에는 '중립' 의견을 내놨다. UBS도 하이닉스에 대해 올 들어 두 번 매도 의견을 냈다. 둘 다 공매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이다.

물론 외국계 증권사가 의도적으로 매도 의견을 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가의 절반 수준을 목표주가로 제시하는 황당한 리포트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의 보고서는 막강한 주가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8만여건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한건도 없었다. 매도 보고서 비중이 16.8%에 달하는 외국계 증권사와는 다르다. 매도 의견이 워낙 귀하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를 이용해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