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알선.개통책 등 역할 분담..스마트폰 220여대 개통

휴대전화 등 통신상품을 이용해 현금을 융통하는 속칭 `통신깡'을 해 금품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급전이 필요한 대출 희망자들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팔아 8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사기)로 원모(36)씨 등 15명을 붙잡아 원씨를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집책과 알선책, 개통책, 매입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돈이 필요한 대출희망자를 모집하거나 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123명의 명의로 이통 통신사에 대리 가입, 총 227대의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이들은 이후 이 휴대전화를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거나 중국에 밀수출하는 수법으로 지난 1월부터 4개월 동안 8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이 인터넷상에서 중고로 활발히 거래되면서 현금 융통이 가능하고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신규가입 신청서의 본인 작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주로 100만원 내외의 소액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은 피해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수수료를 제외한 30만~35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특히 `유심(USIM)칩'을 제거하면 해당 스마트폰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기계'가 되고 이동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만 하면 별다른 본인 인증절차 없이 `컨트리락(유심칩 잠김 기능)'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도 `통신깡'을 부추긴 이유로 지적했다.

피의자들은 인터넷에 `대출 가능, 내구제 40만~100만원까지'라는 광고를 냈는데 여기서 내구제는 `나를 구제한다'는 뜻으로 가구 등을 의미하는 `내구재'를 빗댄 인터넷 음어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통신사에서 통화량을 점검, 대리점에 통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불법 개통 의심을 피하려고 스마트폰을 유통하기 전 고의로 일정량의 통화량을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더 많은 돈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까지 신청해 통신사에서 지급하는 현금 사은품(30만~35만원)으로도 `통신깡'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 서비스를 이용한 자금 융통은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에 이용하는데 만약 이용자들이 통신기기 할부금을 갚지 못하거나, 위약금 없이 가입을 해지하려다 약정된 사용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컨트리락 해제 서비스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국외로 불법 유통시키는 사례와 초고속 인터넷 가입 시 현금 사은품 지급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 이런 `통신깡'에 현혹되면 자칫 사기죄의 공범이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