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장애 궁금증 5가지] 도대체 뭘 감추기에…농협 '모르쇠' 일관
농협중앙회는 이번 전산 장애와 관련해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피하고 있다. 서버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데이터 백업은 어떻게 되는지,파일 손상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접근 권한은 어떻게 됐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밝히기를 꺼리고 수동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수사 중','조사 중'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할 경우 드러날 치부들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은 지난 12일 사태가 발생한 이후 취재진에게 한번도 농협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대해 총체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알아봐야 한다"거나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농협은 현재 IT부문에서 6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를 제대로 외부에 전달하지 못하고 정상화 시점이 계속 연기되는 등 농협의 대응을 봤을 때 현재 IT 담당 임직원들 중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직원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외부 IT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농협의 IT 관리 시스템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식으로 이뤄진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서비스 업체 소속 개발인력은 "특히 농협의 IT 계열 자회사 농협정보시스템은 열악한 대우 때문에 IT서비스 업계에서 '막장'으로 통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위기의식도 부족하다. 지난 14일 오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은 농협의 안이한 사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최원병 농협 회장은 이날 오후 4시50분부터 진행된 회견이 23분가량 지났을 때 갑작스레 "조합장 회의에 가야 하니 먼저 일어나는 것을 양해해 달라"며 회견장에서 퇴장하려 했다.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가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30여분간 추가로 머물다 자리를 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임원들은 취재진을 향해 "요즘 기삿거리가 없는 것 같다"거나 "기자들이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별 것 아닌데 언론이 너무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게 농협 직원들의 인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