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을 언급하면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유럽 자금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독일 신문 디벨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EU 등이 오는 6월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막대한 채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추가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가 채무를 조정할 경우 "2013년 이전에 자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이 알려지자 유럽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연 13.4%대까지 치솟은 후 13.28%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와 격차도 9.8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리스 채권의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7%까지 폭등했다.

금융시장이 동요하자 그리스 정부는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채무 조정은 그리스 은행 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하고 인접국가로의 전염 우려를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1월 실업률이 15.1%로 2004년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작년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고 있어 긴축안이 계획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그리스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도 15일 무디스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3'로 두 단계 강등당해 위기감을 키웠다. 'Baa3'는 무디스가 제시하는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으며 '투자 부적격' 등급 바로 위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