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달콤 살벌한' 주식이 등장했다.

자본잠식률 94%로 재무구조는 '최악'인데 투자수익률이 이달들어 200%에 육박한다.

15일 곡물 도·소매업체인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전날대비 14.97% 급등한 215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이날까지 9일(매매일 기준) 연속 급상승 중이며, 이 기간 동안 주가수익률은 약 202%에 이른다.

이달 첫 거래일 이후로는 약 180%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9거래일 중 무려 8거래일이 상한가(가격제한폭)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3배 가까이 대박 수익률을 낼 정도로 대형 호재가 발생한 것일까.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재무구조가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다는 인식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 같다"면서도 "영업상 모멘텀(상승동력)이 될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유력한 급등 배경으로 '감자(자본감소)'가 꼽히고 있다. 자본잠식을 극복하기 위해 결정한 감자 이후 일종의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지난달 자본잠식(잠식률 94%)을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이다. 재무구조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0~300억원 정도의 순손실이 발생할 정도로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어 90% 감자를 단행했다. 당연히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매매거래는 오는 29일 한 달간 구주권제출 기간(4월1일~5월2일)을 거쳐 정지될 예정이다.

자본을 줄여 부채를 메우는 감자를 결의하면 재상장되기까지 약 2~3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때를 '돈 버는 시기'로 간주해 머니 게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에코페트로시스템처럼 재상장을 위한 매매거래 정지를 몇 주 앞두고 이유없이 치솟는 것이 머니 게임의 가장 흔한 사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감자를 결정하면 해당기업의 주가는 급락하기 마련인데 이는 한계기업이라는 인식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지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이 실제 줄어드는 등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급락세가 마무리되고 나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살아날 수 있다"며 "특히 매매거래 정지 전날 주가(종가 기준)에 감자비율을 곱하면 재상장시 매매될 주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머니 게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섣불리 한계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매매거래가 정지된 이후에도 경영진의 횡형 및 배임, 허위계상(재무제표상) 등 또 다른 '악재'가 터져나올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에코페트로시스템의 재무제표를 검토한 외부 감사인(지암회계법인)도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것이라고 가정해도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감사인은 "에코페트로시스템은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78억원과 334억원 가량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2010년말 현재 미처리결손금이 약 798억원"이라고 전했다.

또 "이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단기대여금 회수, 폐기물 신규사업 진출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만약 실적개선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업상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